기독영상 제작업체 갓윌기획(godwill.co.kr) 김태영(32·부산 백만인장로교회·사진) 대표는 최근 경기도 용인의 한 목회자 A씨로부터 이런 이메일을 받았다. ‘이번 주에 쓰려고 갓윌기획 홈페이지에서 고심해서 고른 영상을 오늘 저희 교회 성도 한 분이 제게 보내주네요. 저는 돈을 내고 받은 동영상인데 인터넷에 이미 많이 퍼진 것 같습니다. 설교에 사용하지도 못하고 참 허무합니다.’
갓윌기획이 새해를 맞아 만든 ‘바보새’ 동영상에 대한 얘기이다. 갓윌기획은 이달 1일 회원들에게 제공했으나 사흘 만에 모바일메신저와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급속히 퍼졌다. 김 대표는 19일 “저작권 의식이 낮은 소수 회원이나 크리스천이 영상을 공유하는 것 같다. 콘텐츠 사용료를 내고 동영상을 제공 받는 교회와 설교준비를 하는 목사님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바보새는 폭풍우가 칠 때 비상하는 조류 알바트로스(Albatross)의 모습을 크리스천의 삶에 비유한 4분 30초 분량의 동영상이다. 갓윌기획은 경기도 용인 지구촌교회, 고양 거룩한빛광성교회, 부산 수영로교회 등 국내 1000여개 교회에 설교예화 동영상을 유료로 공급하고 있다. 연회비는 12만원이다.
크리스천이라면 한 번쯤 봤을 호주 시드니의 무명 전도자 프랑크 제너의 이야기를 담은 동영상이 갓윌기획의 작품이다. 프랑크 제너는 40년 동안 최소 14만 6000명을 전도한 노방 전도자다. 2013년 제작된 이 동영상은 유튜브에서만 300만 명 이상이 봤다. 뇌성마비 장애인인 미국 왓킨스의 판매왕 빌 포터의 동영상도 갓윌기획의 작품으로 330만 명 이상이 시청했다.
2007년 설립된 갓윌기획은 매월 3편 정도의 동영상을 제작, 회원교회에 제공하고 있지만 2014년 초부터 큰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동영상이 무단으로 유출돼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 등을 통해 급속히 퍼져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갓윌기획의 동영상 매출은 2013년까지 증가세를 유지하다가 지난해는 전년 대비 30%가량 급락했다. 최근 유출된 바보새는 전 직원 5명이 2주 동안 공들여 만든 작품이다.
수준 높은 동영상을 만들수록 피해가 더 커지는 역설적 상황이다. 김 대표는 “대부분 크리스천이 이런 동영상 유포나 공유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며 “불법 동영상 유포 사례가 늘어나면서 큰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설교예화 제작업체는 5∼6곳이 있지만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는 곳은 갓윌기획 정도다. 그러나 현재 상황이 지속된다면 갓윌기획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 박상흠 변호사는 “사회 전반적으로 저작권에 대한 의식이 희박하다 보니 정직을 중요시하는 교회에서도 저작권 침해가 빈번하다”며 “물건을 살 때 값을 치르듯 동영상을 볼 때도 비용을 지불해야한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저작권료를 지불하지 않고 영상저작물을 사용하거나 배포할 경우 최고 징역 5년 또는 5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무단 유포 만연… 기독영상 제작자가 운다
입력 2016-01-19 19:55 수정 2016-01-19 2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