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 밥을 굶는 어린이들이 사라질 때까지 사랑의 띠를 이어가겠습니다.”
부산 서구 ‘사랑의 띠잇기 봉사회’ 회원들은 18일 “어린이들은 다음세대의 희망”이라며 이렇게 입을 모았다.
봉사회는 지난달 23일 서구청 다목적홀에서 ‘산타포유’(Santa4U·아이사랑 희망소원 들어주기) 행사를 열었다. 이 행사는 소년소녀가장과 한부모가정 등 형편이 어려운 자녀 100명을 선정, 산타를 대신해 선물을 전하는 행사로 8년째 이어지고 있다. 선정된 아이들이 크리스마스트리에 소망을 담은 카드를 걸어두면 봉사회원들이 선물을 전달한다. 겨울 코트나 신발, 가방은 물론이고 자전거 등 어떤 소원이든 이뤄진다.
근육병을 앓고 있는 조모(12)군은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강민호 선수를 보고 싶다는 소망을 적어내 행사장에서 직접 만나기도 했다. 태권도 선수를 꿈꾸는 김모(10)군은 동아대 태권도 국가대표인 박윤근 선수를 멘토로 만나는 소망을 이뤘다. 김종오 서구 복지기획담당은 “‘신문을 배달하는 어머니에게 방한복을 선물하고 싶다’는 애틋한 내용이 적힌 카드를 접한 구청 환경미화원들은 호주머니를 털어 아이의 소망을 들어주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봉사회는 2007년 김허남(96·전 국회의장) 이사장과 박극제 구청장 등 이사 9명, 회원 300여명으로 출범했다. 지금은 이사 60명, 회원 1만여명으로 성장했다. 회원들은 월 5000∼3만원을 CMS자동이체 방식으로 기부한다. CEO와 기업체 등은 적게는 100만원, 많게는 5000만원을 후원한다. 올해는 대한제강 등 기업체와 ‘서구를 사랑하는 모임’ 등 사회단체가 후원금을 보탰다. 롯데백화점 광복점과 대한제과협회 부산서구지회 등에서도 생필품과 빵을 후원했다.
특히 김 이사장은 지난해 7월 사후에도 가난한 이웃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주는 사업이 계속 이어지길 소원하며 30억원대의 임야와 밭 등 4939㎡의 땅을 쾌척했다. 김 이사장은 봉사회 활동 외에도 별도로 15년째 소년소녀가장 등 저소득 가정에 쌀을 지원하고 있다. 그가 지원한 쌀만 16만8800㎏(42억원)에 달한다. 함북 명천에서 태어난 김 이사장은 서울 법대 졸업 후 6·25전쟁 때 부산에서 고교 교사로 일하며 헐벗고 굶주린 아이들을 본 것을 계기로 결식아동 돕기에 나섰다.
봉사회의 후원으로 고교 과정을 무사히 마친 소년소녀가장 출신의 이모(25)씨는 요리사가 돼 식당을 운영하면서 ‘사랑의 띠’를 이어가고 있다. 이씨는 생후 5개월 만에 뺑소니 사고로 부모를 모두 잃고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봉사회에 동참한 충무동 새벽시장 아줌마들의 도움을 받으며 성장했다.
봉사회는 해마다 소년소녀가장 등 100여 가구에 쌀과 생활용품을 지원하는 등 약 100억원을 후원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
[소년소녀 가장돕기-부산 서구 ‘사랑의 띠잇기 봉사회’] 밥 굶는 이웃 없을 때까지…
입력 2016-01-18 17: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