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화 ‘로봇, 소리’서 첫 주연 맡은 이성민 “원톱 맡으니 긴장되고 설레네요”

입력 2016-01-19 00:27 수정 2016-01-19 04:03
영화 ‘로봇, 소리’에서 첫 주연을 맡은 이성민이 18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소리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이 녀석과 촬영하면서 말은 안 해도 마음이 서로 통하고 정이 많이 들었다”며 소리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다. 이병주 기자

TV 드라마 ‘골든타임’과 ‘미생’으로 스타덤에 오른 중견배우 이성민(48)이 28일 개봉되는 영화 ‘로봇, 소리’에서 주연을 꿰찼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딸을 찾아 헤매는 아빠 해관을 연기한다. 드라마 ‘브레인’ ‘화정’,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 ‘빅매치’ 등에서 조연으로 연기력을 과시한 그가 드라마와 영화를 통틀어 주연을 맡기는 처음이다.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옛날 연극무대에서는 매번 주인공이었는데 영화에서 원톱을 맡으니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20대 시절, 대구에서 연극을 한 그는 2002년 서울로 올라와 극단 차이무의 단원으로 활동했다. 10년간 아무것도 보지 않고 실력을 쌓았다. 무명이라기보다는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할 기회가 없었다.

“우연히 드라마에 캐스팅되고 확 뜨니깐 저도 놀라고 아내도 놀랐어요. 저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지는 거예요. 스무 살에 연기를 시작해 열망했던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라고나 할까요. 처음에는 혼란스러웠는데 ‘이게 인기라는 건가’ 싶기도 했지요. 젊은 나이에 이렇게 됐으면 감당을 못했을 텐데 나이를 먹었으니 금방 안정을 취할 수는 있었죠.”

‘로봇, 소리’는 대구지하철 참사가 발생한 2003년, 하나뿐인 딸 유주(채수빈)가 실종되자 10년간 딸을 찾아나서는 해관의 이야기를 그렸다. 해관은 우주에서 떨어진 로봇을 만나 희망의 실마리를 얻는다. 소리라고 이름 붙인 로봇은 인간의 모든 소리를 기억하는 기능을 지녔기 때문이다. 로봇과 호흡을 맞춘 이성민은 “기계와 감정을 나누고 소통해야 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고 털어놨다.

극 중 해관은 노래하고 싶은 고교생 딸의 소원에는 관심이 없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윽박지른다. 중학생 딸이 있는 이성민은 어떨까. “에이, 저는 그러지 않아요. 컴퓨터 좀 그만하라고 말다툼을 하면 제가 번번이 져요. 딸의 장래희망에 대해 얘기한 적은 없지만 연기는 안 했으면 좋겠어요. 고생길이 훤하니까요. 저의 일방적인 생각이라고요? 사실 소질도 없는 것 같은데요?”(하하)

아빠 해관은 딸 유주의 휴대전화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는 로봇과 함께 우여곡절을 겪는다. 로봇을 찾으려 혈안인 국가정보원의 압박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이성민은 진한 부성애를 보여준다. “유주가 마지막 머물렀던 공간에서 걸어온 전화 목소리를 듣는 순간 울컥하더라고요. 너무 가슴 아픈 일이죠. 인간과 로봇, 아빠와 딸의 애틋함이 묻어나는 작품이에요.”

그동안 개성 있는 캐릭터를 선보인 그의 이번 배역은 다소 평범하다. “성격적으로 모가 나 있는 인물을 많이 맡았는데 해관은 보편적인 사람이에요. 그런 인물은 뭔가 맨송맨송하고 간이 덜 돼있는 것 같아 연기하기가 더 힘들어요.” 대부분 착한 이미지로 나온 게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다른 영화 얘기하면 안 되는데 ‘검사외전’에서는 비열한 악당으로 나온다”며 웃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