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후 스포츠만큼 국민들에게 자긍심을 높인 분야가 많지 않은 것 같다. 온 국민이 헐벗던 시절 김일의 박치기에 전국이 들썩였고 이회택, 차범근의 골에 국민들이 열광했다. 사회통합에 스포츠만한 것이 없었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한국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를 차례로 밀어내고 종합 5위에 올랐을 때 우리도 스포츠에서만큼은 선진국이라는 자부심이 일었다. 사회 전 분야를 통틀어 아마 가장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낳은 분야가 스포츠가 아닌가 생각된다.
한국스포츠가 이처럼 국력 이상의 국제경쟁력을 갖게 된 것은 슬픈 식민 역사 탓인지 모른다. 근대스포츠가 국내에 소개될 즈음 일제 식민시대를 겪게 됐고, 스포츠는 일본에 항거하는 합법적 수단이었다. 비록 나라는 빼앗겼지만 스포츠에서만큼은 일본에 질 수 없다는 각오로 선수들은 엄청난 훈련량을 견뎌냈고 필승의 각오로 무장하게 만들었다. 그 초인적인 훈련과 투지는 지금도 면면이 이어져 오늘날 스포츠 한국을 만든 원천이 된 것이다.
병신년 새해 한국스포츠는 전례 없는 두 가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첫째는 체육회 통합 문제이고, 두 번째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엘리트 스포츠를 이끌어 온 대한체육회와 생활 체육을 전담한 국민생활체육회는 오는 3월 27일까지 통합을 마쳐야 하고 통합 체육회장 선거는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이 끝난 뒤 10월 31일까지 끝내는 것으로 돼 있다. 정부는 통합 체육회 출범으로 엘리트 스포츠와 생활 체육 두 바퀴를 나란히 돌릴 수 있다며 통합 체육회의 장점을 부각하고 있다. 생활 체육을 통해 전 국민의 건강을 도모하고, 그 가운데 재능 있는 사람은 엘리트 선수로 육성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하지만 엘리트 스포츠 양성은 동호인이 많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전문 선수는 어릴 때부터 아주 특별한 훈련과 시간을 투입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10억명 이상이 자전거를 주 교통수단으로 애용했던 중국이 올림픽 사이클 종목에서 메달을 땄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통합 대한체육회장 선거도 특정세력의 개입을 막기 위해 시·도체육회로부터 추천받은 1만5000명의 선거인단 가운데 무작위로 1500명을 추첨해 구성키로 했다지만 결국 절대적으로 수가 많은 국민생활체육회 쪽 인사가 회장으로 선임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통합 체육회는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자칫 한국스포츠가 쌓아온 엘리트 스포츠 육성책을 뿌리째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해는 통합 체육회가 가져올 엘리트 스포츠의 위축을 방지할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은 본 대회를 앞두고 내달부터 14개월간 28개 테스트 이벤트를 치르게 돼 있어 사실상 올해부터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기장 시설이야 한국인 특유의 돌관 작업을 통해 무난히 완비할 수 있겠지만 우려되는 것은 대회 운영과 대회 후 시설 활용 문제다. 대부분 동계 종목은 그동안 국내에서 치러본 적이 없어 대회 운영 능력이 태부족하다. 과거 서울올림픽 때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행정력을 총동원했지만 평창은 다르다. 중앙과 지방정부, 민간이 혼합된 조직위는 핵심 담당자들이 수시로 바뀌어 종잡을 수 없다. 이제는 조직의 안정화가 절대 필요하다. 경기장 사후 활용문제와 관련, “평창이 ‘유령 장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게르하트 하이버그 노르웨이 IOC 위원의 고언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강원도의 교통 및 경기장 인프라를 활용해 스포츠와 관광을 합친 ‘강원도 스포츠투어리즘’에 대한 연구도 서둘러야 한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
[돋을새김-서완석] 두 가지 도전에 직면한 한국스포츠
입력 2016-01-18 17: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