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제2의 박지성’으로 불렸다. 박지성처럼 열정이 넘치고 다재다능하다. 공격형 미드필더와 수비형 미드필더, 측면 미드필더를 모두 소화할 수 있다. 패스 또한 날카롭고 정확하다.
“좋은 팀에 오게 돼 행복합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동계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한국 프로무대에서 뛰는 김보경(26)이 전북에서 부활을 꿈꾸고 있다.
18일(한국시간) 전북의 동계 전지훈련지인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만난 김보경은 표정이 무척 밝았다. 그는 최근 마음고생이 많았다. 이전 소속팀이었던 카디프시티와 위건 애슬레틱(이상 잉글랜드)에 이어 마쓰모토 야마가(일본)가 잇따라 강등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축구 외적인 부분들이 잘 풀리지 않아 힘들었어요. 이제 (강등에 대한) 걱정 없이 축구를 할 수 있게 돼 마음이 편합니다. 많이 도와주시는 최강희 감독님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김보경은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당시 최 감독이 이끌던 국가 대표팀에서 뛰었다. 최 감독은 그의 왕성한 활동량과 멀티 능력, 날카로운 왼발 슈팅에 반했다. 지난 시즌 전북은 2년 연속 K리그 클래식 정상에 올랐지만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선 8강에 그쳤다. 최 감독은 2선 공격을 이끌 플레이메이커가 아쉬웠다. 그때 눈에 띈 선수가 김보경이었다. 당초 그는 일본 J리그 감바 오사카로 이적키로 했었다. 최 감독은 2016 시즌 K리그 클래식 3연패뿐만 아니라 ACL까지 제패하기 위해선 김보경이 필요하다며 구단에게 영입을 강하게 요청했다.
김보경도 ACL 우승에 대한 열망이 크다. “K리그 클래식 우승을 이어가는 것은 물론 ACL 우승에도 힘을 보태고 싶어요. 올해 최소한 우승컵 두 개를 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김보경은 전북 데뷔전에서 최 감독을 흐뭇하게 했다. 지난 15일 치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와의 친선경기에 선발 출전해 합격점을 받았다. 이호와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김보경은 공격과 수비를 연결하는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김보경은 전북 선수들과 열흘 정도밖에 호흡을 맞추지 못했지만 좌우 측면과 중앙에 정확한 패스를 찔러 주며 공격의 실마리를 풀었다. 그는 도르트문트와의 경기가 즐거웠다고 했다. “유럽 선수들과 경기를 많이 해 봤기 때문에 주눅이 들진 않았습니다. 마치 유럽에서 경기를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마음이 가벼웠죠.”
최 감독은 다른 팀에서 빛을 발하지 못하던 선수들을 데려가 숨을 기량을 발휘하게 하는 능력 때문에 ‘재활공장장’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2008년 성남에서 10경기(2골·2도움)밖에 뛰지 못해 한물갔다는 소리를 듣던 이동국을 영입해 K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로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김보경도 최 감독의 조련을 받아 화려하게 재기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아부다비(아랍에미리트)=글·사진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전북 유니폼 입고 K리그 데뷔 김보경 “올 시즌 우승컵 최소 두 개 들겠다”
입력 2016-01-19 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