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은 최근 21세기 미래사회에 대비한 교육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미래사회의 메가 트렌드를 예측·진단하고 이에 대응한 이른바 2020 및 2030 교육 청사진을 제시해 교육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그에 부응해 고시된 2015 개정 교육과정에는 빠르고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는 미래사회를 주도하면서 능동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한다는 개인 및 국가·사회적 요구가 투영되었다. 이것이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 창조력을 갖춘 융합형 인재 육성이 강조된 배경이다.
이러한 취지를 구현하기 위해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교과 교육과정의 개선이 모색되었다. 하나는 ‘지식을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에서 ‘그 지식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중점을 두는 핵심역량을 고려한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분과적 교과 교육과정을 극복해 ‘단편적인 지식 습득’보다는 ‘다양한 지식의 통합과 연계를 통한 실제 활용’에 중점을 두는 창의 융합 교육과정을 염두에 두고 개발되었다. 이러한 노력은 결국 미래사회를 살아갈 학습자들에게 보다 유의미한 학습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창의 융합 교육과정을 도모하기 위해 교과의 기초 개념이나 원리를 가리키는 ‘핵심개념’을 도입하고 모든 성취 기준에 코드를 부여했다. 이는 교과 간에 유사하거나 동일한 핵심개념 및 성취 기준을 축으로 하여 원활한 융합·연계 수업이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동시에 핵심개념을 교과 내용 선정의 근거로 삼아 학습내용의 적정화도 도모했다. 또한 학교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궁극적으로 갖춰야 할 핵심역량을 총론에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교과의 특성을 반영한 교과 역량을 추출하도록 했다. 나아가 학생들이 교과 내용을 학습한 후 할 수 있는 또는 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수행능력을 명료화하여 ‘기능(技能, skills)’을 제시하고 이를 교과의 내용 요소와 결합해 성취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학교 수업을 통해 자연스럽게 핵심역량을 함양할 수 있도록 했다.
무엇보다 창의융합 및 핵심역량이 단순히 문서로서가 아니라 수업을 통해 실제로 전개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여유 시간을 일정 정도 확보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직접 체험하고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이 진도 나가기에 급급하지 않도록 수업에서 여유 시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교과내용을 기준 시수의 80%로 제시하고 나머지 20%는 교사와 학생이 능동적으로 수업을 구현할 수 있도록 과감하게 학습량을 적정화했다.
이번 개정 교육과정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수업의 모습은 일방적인 지식 전수에서 벗어나 학생이 그 지식을 버무려 자신의 것으로 체화하는 부단한 활동이 이루어지는 이미지다. 이를 통해 지식의 단순 습득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활동과 교과의 경계를 넘나드는 융합·연계 수업을 통해 종합적이고 통합적인 사고력을 기르고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고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형성해 갈 것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이러한 수업이 가능하도록 그동안 논의 수준으로 거듭돼 왔던 창의 융합이나 핵심역량의 아이디어를 교과 교육과정에 담아낸 것이다. 이제 학교 현장의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필요한 정책적 뒷받침과 함께 교사의 전문성 발휘가 요구된다. 앞으로 교육계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서 이에 대한 중지를 모아가야 할 것이다.
정영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선임연구위원
[기고-정영근]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목표
입력 2016-01-18 1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