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지 파리서 아내가 사라졌는데… 조재현 주연 ‘파리의 한국남자’

입력 2016-01-20 00:37 수정 2016-01-20 04:01

신혼여행지인 프랑스 파리에서 아내가 갑자기 사라졌다. 남편은 아내를 찾아 파리의 뒷골목을 헤맨다. 누군가에 의해 납치됐다고 생각한 남편은 홍등가를 뒤지기도 한다. 노트르담 다리 밑에서 2년간 노숙생활을 한 남편은 아내와 닮은 여자가 마르세유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간다. 남편은 과연 아내와 재회할 수 있을까.

인간의 삶과 갈등에 대해 깊이 있는 해석을 하는 것으로 유명한 전수일 감독의 10번째 영화 ‘파리의 한국남자’의 스토리다. ‘검은 땅의 소녀와’(2007)로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국제예술영화관연맹상을 받은 전 감독이 프랑스 유학 당시 지인에게서 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그렸다. 남편 상호는 전 감독 작품에 세 번째 출연하는 조재현이, 아내 연화는 신인배우 팽지인이 맡았다.

영화는 낭만의 도시가 아닌 어둑한 다리 밑과 홍등가, 차이나타운과 노숙자 쉼터 등 파리의 이면을 떠도는 남편의 방황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영화는 논리적 완결성이나 사건의 개연성에 구애받지 않는다. 그래서 해석의 여지가 많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지난주 열린 시사회에서 전 감독은 “영화는 상상하게 하고 의문을 갖게 하는 작업이 아닌가. 답을 써놓고 반전을 넣어 의문을 해결하는 관습적인 문법에서 벗어나려고 했다”며 “인생도 계획대로 사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우연한 사건에 의해 운명이 바뀌는 주인공의 얘기”라고 밝혔다.

저예산 영화를 제작하기도 하는 조재현은 “독립영화, 작가주의 영화를 하는 사람들에게 개봉이 설레는 시간만은 아닌 것 같다. 이런 영화가 개봉하게 되면 마음이 편치 않다. 꼭 필요하고 중요한 영화임에도 관객과 만나는 것이 녹록치 않다”고 말했다. 다양성 영화의 제작 편수가 줄어들고 제작되더라도 개봉관을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데다 개봉되더라도 이른 아침이나 늦은 시간대에 ‘퐁당퐁당’ 식으로 편성되기 때문에 나온 발언이다.

그는 “천만 영화에만 집중하다 보니 300만, 400만 영화도 없어지고 있다”며 “큰 나무 밑에서 다양한 자양분을 제공하는 나무가 있어야 한다. 큰 열매를 지속적으로 얻으려면 다양한 시도를 하는 자유로운 작가주의 영화, 독립영화가 계속 자양분을 제공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28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86분.

이광형 문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