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 이상’ 초등생 빙산의 일각… 장기결석 아동 대책 비상

입력 2016-01-17 21:37
돌봄은커녕 학교와 사회의 사각지대에서 학대를 당해온 아이들이 무더기로 발견되고 있다. 정부는 ‘인천 11세 여아 학대 사건’을 계기로 지난달 23일부터 장기결석 초등생 중 ‘고위험군’ 220명을 전수조사 중이다. 인천 여아는 2년 넘게 외부와 단절된 채 아버지와 동거녀에게 학대당했고, 15일 토막 시신으로 발견된 경기도 부천의 4년 장기결석자 A군(사망 당시 7세)도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다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절반가량(220명 중 112명) 진행된 장기결석자 전수조사에서 학대받는 것으로 의심되는 8명을 추가로 발견했다. 13명은 소재 불명으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그중 1명이 A군이었다. 아직 조사할 학생이 108명이나 남아 있어 ‘소재 불명’ 및 ‘학대 의심’ 초등생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드러난 아동학대 실태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7일 긴급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장기결석 아동 전수조사 중간점검 및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교육부는 조사 중인 신변 우려 고위험군 초등생 220명은 3개월 이상 장기 결석해 ‘정원 외’로 분류돼서 숫자로만 관리되고 있거나 7일 이상 무단결석 중인데 학교 등과 연락이 두절된 아이들이다.

조사가 끝난 112명 중 8명은 부모에 의한 학대가 강하게 의심돼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수사기관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수사를 의뢰한 13명 중 A군을 제외한 12명은 경찰이 소재를 파악했다. 경찰 관계자는 “교육부에서 신고한 13명과 학교·아동보호기관이 개별적으로 신고한 13명 등 모두 26명을 조사 중인데, 모두 소재는 파악했다”며 “이 중 17명은 학대받는 것으로 보기 어려웠고, 나머지 9명은 학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112명 중에는 이밖에도 대안학교에 다니는 아이 4명, 해외로 출국한 아이 12명, 안전이 확인된 아이 75명이 있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안전이 확인된 75명도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경우여서 학교 출석을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수조사는 27일 종료된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이달 말 ‘아동학대 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한다. 이 부총리는 “담임교사의 신고의무제를 도입하고 의무교육 미취학자 및 장기결석 아동에 대한 관리 매뉴얼을 1학기 시작 전까지 개발·보급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드러난 것보다 아동학대가 훨씬 심각하다고 본다. 아동 심리치유 전문가 최성애 박사는 “학대받는 아이는 초등학교 저학년만 돼도 가출을 시도하는데, 외부 도움이 없다면 금방 부모에게 돌아간다. 그러면 학대가 더욱 은밀하게 진행된다. 영·유아는 외부로 거의 드러나지 않아 얼마나 많은 아이가 위험한 상태인지 가늠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A군의 아버지 B씨(34)는 17일 폭행치사, 사체 손괴·유기,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어머니 C씨(34)도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B씨는 학대 사실을 시인했지만 살해 혐의는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B씨는 사라진 시신 일부를 화장실 변기 등에 버렸다고 진술했다”며 “시신 보관 이유는 말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도경 김미나 전수민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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