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육청 “학교 절반 문 닫을 판” 반발…교육부 ‘소규모 초·중·고 통폐합 기준’ 강화 지침 시달

입력 2016-01-17 21:45
교육부가 학교 통폐합 기준을 강화하자 지역 교육청과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있다. 특히 도 단위 교육청들은 바뀐 지침을 적용하면 지역 내 초·중·고교 절반 가까이가 통폐합 대상이 되기 때문에 지역 실정과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17일 전북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교육부는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에 강화된 통폐합 기준을 담은 ‘적정규모 학교 육성 및 분교장 개편 권고기준안’을 내려 보냈다.

읍 지역은 통폐합 대상이 종전 학생 60명 이하인 초·중·고교에서 초등은 120명 이하, 중등은 180명 이하까지 확대했다. 도시지역도 종전에는 200명 이하의 초·중·고교가 대상이었지만 초등은 240명, 중등은 300명 이하로 기준이 강화됐다. 교육부는 이 안을 수용하는 교육청에 재정적 인센티브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지역 교육청들은 “학교가 무더기로 문을 닫아야 된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전북도교육청의 경우 새 기준을 적용하면 지역 761개 초·중·고교 가운데 46.1%인 351개 학교가 통폐합 대상에 포함된다. 강원도 역시 전체 학교 673곳 가운데 45.5%인 306개 학교가 대상이 되고, 횡성·영월·화천·고성 등 4개 지역 초등학교는 80% 이상이 대상에 들어간다. 경북도교육청도 1000여곳의 초·중·고교 중 절반 가까이가 통폐합해야 한다. 전남도교육청도 통폐합 대상이 기존 336곳에서 410여곳으로 늘어난다.

한 지역 교육청 관계자는 “바뀐 안은 서울 등 대도시 도심 공동화 지역 학교 통폐합을 좀 더 쉽게 추진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라며 “우리 도의 경우 기존 60명 이하가 기준일 때도 적용이 힘들어 기준을 자체적으로 낮추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대상 학교가 더 많은 도 단위 교육청들은 통폐합 실적 저조로 교부금 삭감 등 예산 불이익을 당할까 봐 걱정하고 있다.

경북도교육청 관계자는 “경북지역의 경우 가능한 학교는 거의 다 했기 때문에 추가 통폐합은 쉽지 않다”며 “통폐합 기준이 강제가 아니라고 하지만 강화된 기준 때문에 교육청 평가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지역 교육청의 정책에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구시교육청의 경우 학생수가 적은 학교를 특화시켜 활성화하는 ‘행복학교’를 시행 중이다. 강원도교육청도 이와 유사한 ‘작은 학교 희망 만들기’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제주도교육청도 작은 학교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학부모 단체들도 교육부 방침에 불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포항지회 김은숙(49·여) 지회장은 “인구 감소가 심각한 농어촌에서 학교까지 통폐합하면 노인밖에 남지 않을 것”이라며 “작은 학교의 장점을 무시하고 경제적 논리로만 내세워 통폐합을 강행한다면 저지하기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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