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만 총통 선거와 입법원 선거에서 민진당의 승리가 예상됐지만 이 정도로 압도적인 승리가 될 것으로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민진당과 국민당의 막판 표 차이를 더욱 크게 벌린 요인으로 한국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멤버 쯔위(周子瑜)의 ‘국기 사건’이 거론되고 있다.
대만 연합보는 17일 차이잉원 총통 당선자가 쯔위 사건으로 인해 득표율이 1∼2% 포인트 올라갔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홍콩 명보도 “연약한 소녀 쯔위가 당한 수난이 유권자의 적개심을 불러일으켜 2004년 총통 선거의 천수이볜 저격 사건 이상의 위력을 발휘했다”고 보도했다.
쯔위는 한국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들었다가 중국에서 ‘대만독립 지지자’라는 비판에 휩싸였다. 이후 쯔위는 “나는 중국인”이라며 유튜브에 사과 영상을 내보냈다. 대만 국민 사이에서는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쯔위를 사과토록 한 중국에 대한 반감과 함께 친중 성향의 국민당을 투표로 응징해야 한다는 주장이 오갔다. 차이잉원은 당선 확정 후 외신기자회견에서 쯔위 사건을 언급했고, 앞서 이날 오전 신베이시 초등학교에서 투표를 마친 뒤에도 쯔위 사건에 대한 질문을 받고 “많은 국민이 마음 아파하고 심지어 분노까지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쯔위 사건에 대한 대만인들의 분노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대만 뉴스포털 야후 치모는 쯔위 사건의 첫 폭로자인 중국 가수 황안에 관한 글을 삭제 조치했고, 대만의 노래방 기업인 멜로데이도 18일부터 황안이 불렀던 9곡 전곡을 뮤직 데이터베이스에서 삭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만 네티즌들은 24일 황안을 규탄하는 시위를 열기로 했다.
중국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처음 국기 사건이 벌어졌을 때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하나의 중국은 도전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쯔위에 대한 중국의 비난과 사과 강요가 대만에서 분노로 바뀌자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은 “일부 정치세력이 이 사건을 이용해 국민감정을 도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쯔위의 이름은 차이잉원과 함께 한때 중국 웨이보에서 검색이 차단됐다.
타이베이=맹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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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약한 소녀 쯔위가 표심을 움직였다”
입력 2016-01-17 2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