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의 유명 휴양지인 수스 해변의 안전요원 카림 살로울은 텅 빈 바닷가를 바라보며 “이곳은 이제 예전 같지 않다. 아주 고요하고 어둡다”고 말했다. 지난해 총기 테러 사건으로 꿀 같은 휴가를 즐기던 38명의 관광객이 희생된 이후 이곳을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6일(현지시간) 관광객을 겨냥한 이슬람 급진주의 무장단체들의 민간인을 겨냥한 ‘소프트 타깃’ 테러가 기승을 부리면서 이집트, 튀니지, 터키 등 인기 관광지의 지역 경제가 위기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튀니지에선 수스 해변 테러에 앞서 수도 튀니스에서도 바르도 국립박물관에서 벌어진 무차별 총기 난사로 21명이 숨졌다. 살마 루미 튀니지 관광부 장관은 “40만명이 종사하고 있는 관광업이 ‘위험한 순간’을 맞았다”면서 “경기 침체로 지역 사람들이 ‘희망 없는 삶’을 살게 되면 테러리즘이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올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집트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인 홍해의 관광도시 후르가다, 다합에서 샴엘셰이크로 이어지는 해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아직 영업 중인 호텔들은 레스토랑 운영을 중단하거나 관광객 대상 프로그램을 대폭 축소했다. 후르가다에선 지난 8일에도 한 호텔에 무장괴한들이 침입해 외국인 3명이 다치는 일이 발생했다.
관광객으로 늘 북적이던 시나이 반도 남단의 생태보호지역 라스 무함마드 국립공원은 지난해 인근 상공에서 러시아 여객기가 추락한 이후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겼다. 이집트에 방문한 관광객 수는 2010년 1400만명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900만명으로 줄었다.
터키의 관광산업도 타격을 받고 있다. 자국 영공을 침범했다는 이유로 터키가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한 이후 러시아는 터키행 패키지 투어 상품 판매를 금지시켰다. 터키 관광청은 450만명의 러시아인이 휴가지를 터키에서 다른 곳으로 변경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 12일엔 수도 이스탄불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술탄 아흐메트 광장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10여명의 관광객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15일에는 아프리카 서부 국가 부르키나파소 수도 와가두구의 한 고급 호텔에서 알카에다 북아프리카지부(AQIM) 및 추종단체가 인질극을 벌여 캐나다인 6명, 프랑스인 2명, 스위스인 2명 등 18개 국적의 29명이 목숨을 잃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공포가 삼킨 꿈의 휴양지… 튀니지·이집트·터키 해변 ‘소프트 타깃’ 테러 기승
입력 2016-01-17 2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