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주중 선대위 구성키로… 金 “文 용단에 감사”

입력 2016-01-17 21:07 수정 2016-01-18 00:56
김용섭 전 의원이 17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기자복당 회견을 한 뒤 문재인 대표(오른쪽), 김종인 선대위원장과 함께 나가고 있다. 김 전 의원은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과 광주 광산을에서 맞붙을 전망이다. 이병주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 체제가 빠른 속도로 본궤도에 진입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강력한 권한 행사 의지를 밝히면서 문재인 대표에서 김 위원장으로의 권한 이양이 ‘연착륙’할지 관심사다. 문 대표의 사퇴 시점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르면 20일쯤 선대위 구성을 발표키로 하고 인선에 나서고 있다. 현재까지 당내에서는 우윤근 박병석 의원 등 중진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간접적으로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탈당을 고심 중인 박영선 의원도 선대위에 포함시키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탈당과 잔류 사이에서 고민해온 박 의원은 이번 주 내에 최종 결정을 내릴 전망이다. 또 최근 영입된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 이수혁 전 독일대사,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등도 선대위 멤버로 거론된다.

김 위원장은 17일 국회에서 열린 당원 행사인 ‘더불어 콘퍼런스’에서 “문 대표의 용단에 감사한다”는 말을 두 차례나 반복했다. 문 대표의 사퇴를 기정사실화한 발언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이번 선대위를 두고 당내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 성격을 가진 선거대책위원회’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 위원장이 선거운동 지휘만이 아니라 공천 등 주요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실세’ 위원장이라는 것이다.

선대위가 출범하면 문 대표는 권한을 내려놓아야 한다. 이에 따라 문 대표가 설 연휴 전에 사퇴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19일로 잠정 예정된 신년 기자회견에서 사퇴와 관련해 입장을 설명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선대위의 신속한 출범을 원하는 김 위원장과 명분 있는 퇴진을 구상하고 있는 문 대표 간의 미묘한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문 대표가 그동안 사퇴 명분으로 내건 것은 야권 통합이다. 문 대표 주변에서는 사퇴 카드로 야권 통합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을 고심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대표직을 걸면서 ‘야권 통합’의 마중물이 되기 위해 어떤 로드맵으로 가는지를 지켜봐야 한다”며 “천정배 의원 신당, 정의당, 가능하다면 정동영 전 의원까지 포괄하는 통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천 의원이 이끄는 국민회의는 최근 ‘이승만 국부 발언’을 들어 연일 국민의당에 대해 각을 세우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더민주와의 통합을 위한 ‘명분 쌓기’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더민주에서는 국민회의와 통합할 경우 호남 민심 이반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표는 이날 “집권 세력이 가장 바라는 것은 야권 분열이다. 우리 당과 호남을 이간시키는 것”이라며 호남 민심을 강조했다.

당내에서는 조기 선대위를 통해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 논란 등 당내 갈등이 가라앉기를 기대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인사로 선대위를 조기 출범시킨 것은 최상의 카드는 아니지만 차선의 카드는 된다”며 “천 의원과 통합하면서 문 대표가 물러나면 호남 민심을 되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수도권에서 일정한 영향력이 있는 박영선 의원이 당에 잔류할 경우 국민의당과의 야권 경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문 대표가 이제야 사퇴를 공식화하는 상황이 ‘만시지탄’이라는 평가도 있다. 비주류들이 2선 후퇴를 요구할 때까지만 해도 버티던 문 대표가 분당 국면에서야 사퇴를 언급하는 것이 늦었다는 평이다. 반면 문 대표 측에서는 “비주류가 요구하던 사퇴는 ‘혁신안 중단’이었다”며 ‘혁신안 관철’을 전제로 한 사퇴와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임성수 문동성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