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 골목길 공동체에 2016 시민이 응답하다… 쌍문동 다섯 가족 일상 그린 tvN 화제드라마 종영

입력 2016-01-18 04:04
tvN ‘응답하라 1988’(응팔)이 16일 종영했다. 가족애, 이웃의 정, 첫사랑과 우정을 따뜻하게 그려내며 사회적으로 반향을 일으켰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쌍문고 3인방 정환, 동룡, 선우가 덕선 대신 쌍문여고 수학여행 장기자랑에 선 장면, 라미란이 전국노래자랑 예선에 나간 모습, 택과 덕선이 중국에서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이다. tvN 제공

10대부터 60대까지 세대를 아우르며 가슴 뛰게 했던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이 16일 막을 내렸다. 가난해도 애틋한 가족, 충만한 우정, 좁은 골목길을 오가며 일상을 나눴던 이웃들의 끈끈한 정, 아련한 첫사랑…. 응팔은 삶의 언저리로 밀려난 소중한 가치들을 다시금 밝혀내면서 경쟁사회에 매몰된 많은 이를 각성케 했다. 후반부 ‘덕선의 남편 찾기’에서 길을 잃은 것은 크게 아쉬운 대목이다.

◇골목길을 꽉 채운 정(情)=무엇보다 마을 공동체의 연대 의식은 강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등장인물들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같이 모여 밥을 먹고, 수다를 떨고, 함께 울거나 웃는 모습이 자주 나왔다. 소소한 일상이 중요한 이야깃거리였다. 이런 모습은 지금 우리 사회와 비교하면 일상보다 판타지에 가깝다.

서울 쌍문동 봉황당 골목의 이웃들은 서로를 존중하며 삶을 나눴다. 이웃의 삶에 성큼 들어가면서도 무례하지 않을 정도로 선을 지켰다. 수천 세대가 모여 사는 아파트 단지에서 눈인사조차 나누지 않고, 고독사한 20대가 몇 달 만에 발견되고, 지하철에서 사소한 자리다툼으로 거친 말을 주고받는 요즘 세태와는 전혀 다르다.

배우들의 호연도 드라마의 인기를 이끌었다. 성동일, 이일화, 김성균, 라미란, 최무성, 김선영, 류재명, 정봉(안재홍), 보라(류혜영), 덕선(혜리), 택(박보검), 정환(류준열), 선우(고경표), 동룡(이동휘), 노을(최성원·이상 극중 이름)…. 봉황당 골목길에 활기를 불어넣은 이들은 대부분 조연급이거나 무명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주연급 연기를 펼치며 매력적인 캐릭터를 보여줬다.

마지막회 시청률은 19.6%였다. 케이블 TV 사상 최고 기록이다. 제작비 60억∼70억을 투입해 광고·VOD 판매로 약 221억원을 벌었다.

◇우리가 원한 건 ‘그래서 행복하게 살았다’는 결말=응팔이 종영한 16일부터 공식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과 SNS 등에서는 결말에 대한 성토가 격하게 이어졌다. 덕선의 남편으로 유력했던 정환이의 미미해진 존재감, 택이를 남편으로 그리며 개연성을 잃은 극 전개에 대한 지적이 대부분이다. 정봉은 ‘집밥 봉선생’으로 유명해졌다는 한 줄로 요약됐고, 정환과 동룡의 미래는 언급조차 안 됐다는 점도 반발을 샀다.

80년대에 태어나지도 않았거나 어렴풋한 기억만 남아있는 젊은 시청자들의 배신감은 더 컸다. 이들은 응팔을 보며 80년대를 추억하지 않았다. 쌍문동 골목길을 흐르는 정, 각자의 성적이나 부모의 경제력과 무관하게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 공부를 못해도 삶에서 행복을 찾을 줄 알았던 주인공들에게 깊게 감정이입을 했다. 누구 하나 하찮게 다뤄져서는 안 된다는 마음이 컸다.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를 밀었던 팬들은 정환이 덕선을 좋아하며 앓았던 시간들이 농담처럼 건넨 고백으로 끝났다는 데 분노하기까지 했다.

시청자들은 등장인물 하나하나에 깊은 애정을 갖고 이들의 소소한 일상에 공감해 왔다. 응팔이 다소 촌스러운 소재로 깊은 공감을 얻어낸 만큼 자극적인 반전이나 열린 결말보다 다소 촌스러울지언정 완벽한 해피엔딩을 원했던 것이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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