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감리교신학대 학장 강성도 목사 “십자가 지고 살아야 한다… 뜻 제대로 아세요?”

입력 2016-01-17 20:25
경기도 성남 선한목자교회에서 지난 14일 만난 강성도 목사. 미주감리교신학대 학장인 그는 “신학 교육의 새로운 대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제가 아까 드린 명함을 자세히 보세요. 누군가의 발을 씻겨주는 그림이 그려져 있을 겁니다. 크리스천은 내 몸을 바쳐 항상 이웃을 섬겨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사명입니다.”

지난 14일 경기도 성남 선한목자교회에서 만난 미주감리교신학대 학장인 강성도(61) 목사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진정한 신학은 머리가 아닌 몸으로 배우는 것”이라며 “우리 스스로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할 때 복음도 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미주감리교신학대는 감리교신학대 목원대 협성대와 함께 기독교대한감리회 산하 4개 신학대 중 하나로 1995년 개교했다.

명예총장 다음 서열인 학장은 학교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강 목사는 2014년 11월 학장에 선임됐으며 한국에 있는 이사들과 면담하기 위해 최근 우리나라를 찾았다. 그는 학교를 소개해달라는 요청에 “우리 학교는 나눔을 실천하는 과정을 통해 신학을 배우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강의실을 나와 양로원 병원 고아원 등지에서 ‘선교실습’이라는 제목으로 수업을 진행할 때가 많습니다. 학생들이 세상의 어두운 곳에서 사랑을 행하면서 하나님의 뜻을 배우는 거죠. 이런 수업을 반복하면 어느 순간 학생들은 주님의 목소리를 듣게 됩니다. 새로운 눈으로 성경을 읽게 됩니다.”

미주감리교신학대의 특징 중 하나는 학생들 상당수가 40대 이상이라는 점이다. 강 목사는 “학생 중에는 미국에서 어느 정도 삶의 기반을 다진 뒤 남은 생은 주님을 위해 살겠다고 결심한 만학도가 많다”고 전했다. “졸업생 가운데 목회자나 선교사가 된 사람이 70여명이에요. 이 중 미국에서 목회자의 길을 걷는 사람은 10여명이고 나머지는 선교사로 활동 중입니다. 세계 곳곳으로 흩어져 세상의 가장 낮은 곳으로 가서 주님의 뜻을 전하고 있지요.”

부산 출신인 강 목사는 불교 집안에서 자랐다. 고교를 졸업한 뒤에는 고려대 산업공학과에 진학했다. 그가 예수님을 영접한 건 20대 중반이 돼서다. 입대후 경기도 부평 한 부대에서 군 생활을 하던 중 “인간의 한계와 무력감을 절감하면서 주님을 만났다”고 했다. 제대한 뒤에는 감신대 신학대학원에 들어갔고 1985년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의 남감리교신학대로 유학을 떠났다. 4년 뒤 미국 연합감리교회(UMC)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으며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등지의 신학대에서 조직신학과 종교철학을 가르쳤다.

“성경의 언어와 일상의 언어가 분리돼 있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가령 ‘십자가를 지고 살아야 한다’는 말만 하더라도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지 설명하는 게 쉽지 않아요. 성경과 일상의 언어를 통일시킨 매뉴얼을 제시하는 게 신학대들이 감당할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성남=글·사진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