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가 민간업체의 ‘옥상 전광판’ 이전을 3년 가까이 불허(不許)하다 20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물어주게 됐다. “구(區)의 방침에 어긋난다”며 감사원과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는 ‘독불장군 행정’ 때문에 업체는 2년1개월간 매월 7600만원을 허공에 날려야 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부장판사 박종택)는 전광판 광고업체 A사가 강남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강남구는 업체에 19억5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업체는 강남구의 한 건물 옥상에서 LED 전광판을 운영했다. 건물이 재건축에 들어가자 2011년 4월 강남구에 “전광판을 이전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민원을 냈다. 강남구는 “전광판 이전은 신규 설치”라며 2007년 ‘옥외광고물 고시’에 따라 전광판 신규 설치는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강남구는 2008년 고시를 개정하며 ‘옥상 간판의 신규 설치 금지’ 조항을 뺀 상태였다. 이 업체는 감사원에 진정을 냈다. 감사원이 “2007년 고시는 폐지됐다”고 확인해줬지만, 강남구는 “민선 5기 이후 지속된 옥상 간판 금지정책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다시 민원을 반려했다.
업체는 2013년 행정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하지만 항소심 도중 서울시가 옥외 광고물 관련 고시를 새로 발표하면서 전광판 이전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이에 “영업손실 27억원을 배상하라”며 강남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법원은 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전광판 이전 불허 ‘독불장군’ 강남구 20억 물어줄 판
입력 2016-01-17 2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