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한 달 만에 아이는 사라졌다.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에서도 흔적이 사라졌지만 A군(2012년 당시 7세)을 기억하는 어른은 없었다. 학교는 장기 결석한 A군을 ‘정원 외’로 사실상 방치했다. 주민센터는 학교 측의 신고를 받고도 소재 파악에 나서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가정에서 친부모가 한 짓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엽기적인 범행이 벌어졌다.
17일 경찰 등에 따르면 A군은 2012년 3월 12일 같은 반 여학생의 얼굴을 연필로 찌르고 옷 2벌에 색연필로 낙서를 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에 회부됐다. 학교 측에서 A군 어머니 C씨(34)에게 연락했다. C씨는 “아이는 내가 가르치거나 대안학교에 보내겠다”는 말을 남기고 연락을 끊었다.
그해 5월 1일 학폭위는 서면사과 처분을 내렸다. A군은 처분이 나오기 전날부터 등교하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A군의 생활기록부에는 ‘수업 내용에 대한 이해가 빠르고 탐구정신이 있지만 자기주장이 강해 다른 아이들과 다툼이 잦다’고 쓰여 있었다.
학교는 규정에 따라 같은 달 9일과 18일 A군 집으로 출석독려장을 보냈지만 반송됐다. 며칠 뒤인 30일에는 A군의 주소지 주민센터에 ‘장기 결석 학생에 대해 파악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주민센터는 부모에게 학생 출석을 독촉하면서 소재가 파악되지 않으면 교육청에 통보해야 했지만 이 과정을 생략했다. 담임교사와 1학년 부장교사가 한 달 뒤인 6월 11일 A군 집에 찾아갔지만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A군은 그해 8월 31일 학교 ‘정원 외’ 대장에 등록됐다. 이후 기억에서 잊혀졌다. A군의 담임교사는 그해 9월 휴직계를 냈다. 휴직 사유 가운데 하나로 C씨의 심한 언행 때문에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지역을 맡고 있는 부천교육지원청 안영길 장학사는 “학생이 장기 결석한 뒤 3개월 지나면 ‘정원 외 관리’를 하게 된다”며 “이후 연락을 지속적으로 취하든지 노력을 했다면 좋았겠지만 사실상 그렇게까지 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초등학생이 사유 없이 7일 이상 결석하면 학교는 해당 학생의 부모에게 출석독려장을 보내고 이를 거주지 읍·면·동장에게 통보하게 돼 있다. 하지만 부모가 독려장을 무시하면 더 이상 손쓸 방법이 없다. 친권자가 아닌 교사가 실종 신고를 할 수 없는 데다 명분도 약하기 때문이다.
결국 허울뿐인 제도가 아이들을 참극으로 몰아넣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사회에 충격을 줬던 ‘인천 11세 여아 학대 사건’을 계기로 뒤늦게 교사도 실종신고 의무직군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새누리당과 당정협의를 열고 실종신고 의무직군에 유치원과 초·중등학교 교직원을 포함하는 등 아동학대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의 아동학대 근절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교육 당국, 지방자치단체, 경찰이 합동 점검 중”이라며 “신고가 들어오면 즉시 경찰력을 투입해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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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세 초등생은 어떻게 사라졌나… 학교는 부모 말 듣고 방치, 주민센터는 소재 파악 안해
입력 2016-01-18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