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막 시신으로 발견된 초등생 A군(2012년 장기 결석 시작 당시 7세)의 부모는 집 안 냉장고 냉동실에 아들 시신을 넣어둔 채 3년 넘게 생활했다. 그 집엔 초등 2학년 딸이 함께 살았다. 주변인들은 엄마가 딸을 극진히 대했다고 기억했다. 아들이 있었는지 몰랐다고 했다. 아버지 B씨(34)는 아들 시신의 일부를 변기에 버렸다고 진술했다. 왜 시신을 집에 뒀는지는 여전히 진술하지 않고 있다. 그가 지인의 집에 아들 시신과 함께 옮겼던 짐에선 300만원 현금다발이 나왔다. 엽기적인 아동학대 사건은 여전히 의문투성이다.
①A군은 어떻게 죽음에 이르렀나
A군은 2012년 4월부터 결석을 시작했고, B씨는 같은 해 11월 초 아들이 죽었다고 진술했다. 강제로 목욕시키다 넘어져 다친 아이를 방치했더니 한 달 만에 숨졌다고 주장했다. 당시 살던 부천 집에서 시신을 토막냈고, 2013년 초 인천의 현 거주지로 이사해서도 계속 냉장고에 보관했다고 한다.
이 같은 사망 시점과 경위는 아직 B씨의 진술일 뿐이다. 경찰 관계자는 17일 “아이 머리에 변색된 흔적이 있어 어떻게 생긴 상처인지 부검을 의뢰한 상태”라고 말했다. 어머니 C씨(34)는 “남편이 아이를 지속적으로 체벌했다”고 진술했다.
A군이 평소 가정폭력에 시달려온 건 분명해 보인다. 입학 한 달여 만에 결석을 시작할 무렵 C씨가 학교 측에 밝힌 사유는 “대안학교에 보내려 한다”는 것이었고, 이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 무렵부터 이미 A군은 학교에 가기 어려운 상태에 놓여 있었을 수 있다.
경찰은 아버지 B씨가 아들을 살해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 중이다. 어머니 C씨의 진술도 석연치 않다. 아들이 숨진 것을 알고도 당시 남편의 권유대로 친정에 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 사이 B씨는 A군 시신을 훼손해 냉동실에 넣었고, C씨는 이를 나중에 알았지만 딸의 육아 문제가 걱정돼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②왜 시신을 토막내서 집에 보관했나
부모가 아들의 시신을 집 안에 둔 것도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범죄심리학 전문가들은 여러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부모의 판단력에 결핍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아이가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켰다 해서 다른 대안을 생각하지 않고 학교를 아예 보내지 않기로 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부모의 인지 결함이나 정신적 문제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아이에 대한 부모의 비정상적 애착이 있었을 수도 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부모자식 관계에선 아이가 숨진 뒤 시신에 비정상적 집착을 갖는 경우도 있긴 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그 원인을 좀 더 살펴봐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시신을 다른 곳에 유기하는 데 대한 부담감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B씨는 발견되지 않은 시신 일부를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리거나 화장실 변기에 버렸다고 진술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통상적으로 범죄자들은 시신을 먼 곳까지 가서 은닉하는 데 상당한 부담을 느낀다”며 “그런 압박감 때문에 일상적 공간인 집에 유기했을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③부모의 태연한 일상, 어떻게 가능했나
A군 사망 후 부모가 이사 간 동네 주민들은 어머니 C씨를 ‘딸에게 지극정성인 엄마’로 기억하고 있었다. 훼손한 아들 시신을 보관하면서 겉으로는 멀쩡한 부모 행세를 한 것이다. 주민 김모(49·여)씨는 “엄마가 딸의 운동회 같은 학교 행사에 잘 참석했다. 출퇴근 때 아이를 꼭 데리고 다니고, 직장에 다니는데도 학교 행사에 자주 오는 걸로 보아 아이를 끔찍이 생각하는 것 같았다”고 기억했다.
전문가들은 부모가 두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달랐다는 데 주목한다. 이웅혁 교수는 “부부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면 아버지가 아들을 볼 때 어머니 모습을 떠올려 학대했을 수 있다”며 “혹은 부부가 아들 사망 이후 미안함과 죄책감을 느껴 그런 심리를 보상받기 위해 딸을 더 챙겼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수정 교수는 “인지 능력에 결함이 있는 사람들은 정서도 둔감한 편이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었을 수 있다”며 “수사 과정에서 부모의 정신적 감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4년째 결석 男 초등학생 시신 훼손된 채 발견] 엄마, 아들 죽음 모른척… 딸에겐 극진 왜?
입력 2016-01-17 1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