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3 챔피언십] ‘자유인’ 권창훈, 예멘 골문서 자유로웠다

입력 2016-01-18 04:00
올림픽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권창훈이 17일 새벽(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카타르 SC 스타디움에서 끝난 예멘과의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조별리그 C조 2차전에서 상대 수비수를 제치고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권창훈은 해트트릭을 작성하며 한국의 5대 0 대승을 이끌었다. 연합뉴스

올림픽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신태용 감독이 17일 새벽(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끝난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C조 2차전 예멘과의 경기를 앞두고 권창훈에게 내린 지시는 간단했다. 미드필더 라인을 너무 벌리지 말고 플레이하라는 것. 다른 공격적인 주문은 없었다. 왜 신 감독은 부상 후 처음으로 선발로 나선 권창훈에게 이 같은 지시를 내렸을까.

권창훈은 팀의 4-1-4-1 전술에서 이창민과 함께 중앙 미드필더로 나섰다. 포지션은 정해져 있었지만 플레이는 ‘프리롤’(역할이 규정되지 않은 것)에 가까웠다. 활동 범위를 가리지 않았다. 오른쪽 측면에 있다가도 상황에 따라 중앙에 위치했고 ‘원톱’ 황희찬보다 앞서서 페널티박스 깊숙이 침투하기도 했다. 다만 늘 주변 동료들과의 연계를 생각했다. 언뜻 자유로워 보이지만 동료들 위치와 상황에 따라 유기적으로 움직였다.

이는 수비 시에도 적극적으로 나타났다. 신태용호의 4-1-4-1 전술은 무엇보다 간격이 중요하다. 포백 앞에 수비형 미드필더 한 명만 세우기 때문에 이 간격이 벌어지면 그만큼 중앙에 많은 공간을 상대에 내주게 된다. 그동안 대표팀의 약점으로도 자주 거론됐던 문제다. 권창훈은 수시로 수비형 미드필더인 박용우 위치까지 내려와 수비에 가담했다. 권창훈의 움직임은 이창민에도 영향을 줬다. 권창훈의 가세로 공격의 부담을 던 이창민은 박용우와 권창훈 사이에 위치하며 약한 허리를 두텁게 했다. 1차전 우즈베키스탄전보다 3선이 훨씬 안정적으로 돌아가면서 허리의 밸런스를 맞췄고 대표팀은 경기를 주도할 수 있었다.

권창훈이 전반에만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팀의 5대 0 완승을 이끌었다. 권창훈이 기록한 해트트릭은 1992년 올림픽 남자축구가 23세 이하로 연령이 제한된 이후 처음 나온 기록이었다. 팀이 기록한 5점차 승리도 올림픽 최종예선 역대 최다 점수차 승리로 기록됐다. 류승우도 1골 1도움으로 힘을 보탰다. 늘 궂은일을 도맡아 했던 박용우도 모처럼 수비의 부담을 덜고 공격에 나서 장기인 정확한 침투 패스로 김승준의 골을 도왔다.

경기 후 권창훈은 “내가 잘해서 골을 넣은 게 아니라 동료들이 패스를 줘서 좋은 찬스가 나왔다”며 “우리 팀 모두 어느 포지션이나 득점력을 가진 선수가 많다. 모든 선수가 득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이 우리 팀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신 감독도 “원하는 대로 선수들이 움직여줬다. 스코어도 원하는 만큼 나왔다”고 평가했다.

대표팀은 같은 날 이라크가 우즈베키스탄에 3대 2로 승리함에 따라 8강 진출을 조기에 확정했다. 20일 열리는 이라크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만 남겨놓고 있다. 지난 대회 우승팀인 이라크와의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조 1위가 확정된다. 신 감독은 “우리가 유리한 고지에 올라왔다. 우리는 무패로 가고 있다. 조 1위를 차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