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 상태의 훼손된 시신으로 발견된 경기도 부천 모 초등학교 A군은 지난 4년간 학교와 교육청, 주민센터가 모두 소재를 모른 채 방치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의 ‘체중 16㎏’ 소녀 학대 사건과 마찬가지로 장기 결석 아동 관리체계의 허점이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우리 사회의 무관심과 방관이 어느 정도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이번 사건은 인천 소녀 학대 사건을 계기로 진행된 장기 결석 학생 전수조사 과정에서 밝혀졌다. 주검으로 발견된 어린이가 다니던 학교 측은 학생 소재 파악에 나섰고, 수차례 연락을 시도한 끝에 지난 13일 어머니와 통화하는 데 성공했다. 자세한 정황을 물어도 답을 못한 점을 이상하게 여긴 학교 측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바뀐 주소지를 추적한 끝에 아버지를 검거했다. 결국 A군은 학교에 나오지 않은 지 3년7개월, 토막 시신으로 냉동실에 넣어진 지 3년2개월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아버지 B씨를 사체 손괴 및 유기 등의 혐의로, 어머니 C씨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인면수심(人面獸心)이 따로 없다.
문제는 장기 결석 학생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이런 비극을 막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초등학생이 정당한 사유 없이 7일 이상 결석하면 학교가 해당 학생의 부모에게 출석독려서를 보내고 이를 거주지 읍·면·동장에게 통보해야 한다. 읍·면·동장은 그 결과를 학교와 지역 교육청에 알려야 한다. 학교 측은 두 차례에 걸쳐 A군의 주소지가 있는 부천의 주민센터에 ‘아이가 집에 있는지 확인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주민센터 측은 학교, 교육청 어디에도 결과를 통보하지 않았다. 담임교사도 A군의 집을 두 차례 찾았지만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 부모가 학교 측의 출석 독려를 무시하면 아동학대 현장을 직접 목격하지 못한 이상 학교 측으로서는 더 이상 손 쓸 방법이 마땅치 않다. 현행 체계상으로는 담임교사는 친권자가 아니어서 실종 신고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17일 열린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담임교사의 실종신고 의무제 도입, 장기 결석 아동에 대한 관리 매뉴얼 구축 등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늦었지만 잘한 일이다.
현재 장기 결석으로 ‘학업유예’ 처분을 받은 초등학생은 220명이라고 한다. 이제라도 정부·지자체·학교·경찰 등이 유기적으로 협조해 이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치밀하게 해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보호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고통받는 일이 없도록 아동보호 시스템도 더욱 세심하게 점검해야 한다. 또 아동 학대에 관한한 공권력이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으며,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아동학대 신고율을 높이는 방안도 다각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사설] 부천 초등생 엽기사건도 무관심 사회가 빚어낸 것
입력 2016-01-17 1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