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정유업계 ‘수혜’ 1순위 예상

입력 2016-01-17 20:55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17일 해제되면서 국내 산업계가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대규모 건설시장이 열리고, 이란산 원유수출이 확대된다는 점에서 건설·정유업계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은 2000년대까지 국내 건설사들의 주요 ‘텃밭’이었다. 2009년에는 25억 달러를 수주하는 등 전체 해외수주 국가별 순위에서 6위를 기록할 정도였다. 그러나 2010년부터 경제제재로 수주가 전무하다시피 했다.

이란은 앞으로 1300억∼1450억 달러를 투자해 원유 플랜트 시설을 교체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정비에 필요한 토목·건축부문의 인프라 시설공사도 대거 발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스 매장량 세계 1위, 원유 매장량 세계 4위의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은 중동 제2의 경제대국이었지만 오랜 경제제재로 기반시설이 낙후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란 현지에서 과거 우리 건설사들의 평판이 좋았다”며 “대규모 건축·토목 공사가 발주되면 우리 건설업체들의 현지 진출 기회가 대폭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2009년 1조4000억원 규모 가스탈황 프로젝트를 수주했지만 계약을 해지해야 했던 GS건설은 이란 수주시장이 침체된 해외건설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란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던 현대건설과 대림산업은 물론이고 중동 프로젝트가 많은 삼성엔지니어링과 이라크에서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한화건설도 이란 수주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정유업계도 반색하고 있다. 국내 정유업체들은 이란산 원유 도입의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란으로부터 원유를 수입했던 대표적인 업체는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다. SK이노베이션은 수입 원유의 15%를 이란산으로 수입할 만큼 비중이 컸다. 업계 관계자는 “원유 시장에 또 다른 공급처가 생긴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며 “과거 수준으로 이란산 원유의 수입 비중을 늘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자동차 업계에도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현대·기아차의 이란에 대한 자동차 수출 물량은 2010년 2만3000여대, 2011년 1만2000여대 규모였다. 하지만 2012년부터 수출이 전면 중단됐다. 제재가 풀리면 완성차는 물론 각종 자동차 부품, 강판, 타이어 등의 수출이 정상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밖에 철강·기계·중공업·해운·조선 분야도 이란의 경제재건을 수출확대의 기회로 보고 있다.

현재 한국기업과 거래하는 이란 바이어의 90%는 향후 한국과 교역을 확대할 것으로 조사됐다. 코트라는 지난달 20일부터 지난 14일까지 이란 바이어 521개사를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해 발표했다. 우리 제품의 수입 확대를 위한 이란 바이어의 요구사항으로는 가격인하가 38%로 가장 높았고, 적극적인 자금조달(20%), 사후관리 서비스 제공(15%) 등이 뒤를 이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