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헬로비전 인수 싸고 감정싸움 격화

입력 2016-01-17 20:43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날 선 감정싸움을 벌이고 있다. LG유플러스 최고경영자(CEO)까지 직접 나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공격했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지난 1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발표를 “당황스럽고 황당한 일”이라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통합방송법이 개정 중이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법이 확정된 이후에 인수가 이뤄지는 게 맞다”며 “개정될 법에 위배될 가능성이 높은 안을 그냥 추진한다는 것은 황당하기 그지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SK텔레콤이) 아무도 모르게 일을 추진했는데, (인수가) 허가된다면 정말 공정하지 않은 게임”이라며 “정부는 법이 제정·확정된 이후에 인수허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디스플레이가 얼굴, 배터리가 심장이라면 통신은 혈관”이라면서 “혈관이 튼튼하면 온몸에 병이 없다. 통신이 잘되면 나라가 발전할 수 있다고 느꼈다”고 정부를 압박했다.

LG유플러스는 이미 여러 차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새로 취임한 권 부회장이 공식적으로 언론에 처음 나선 자리에서 “황당하다”는 감정적인 표현까지 사용한 것은 의외다.

SK텔레콤은 지난달 1일 CJ헬로비전 인수·합병 허가신청서를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 허가는 전적으로 정부 결정에 달려 있지만, 정부는 아직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사안이 중대한 만큼 신중하고 면밀하게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법률적 판단 못지않게 여론 동향도 중요하기 때문에 각사는 우호적인 여론 조성을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SK텔레콤 측은 17일 “정상적인 경영 활동에 대해 아전인수 격 해석 및 주장만을 반복하는 행태에 심각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발목잡기식 비방보다 변화와 혁신을 통한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발전과 소비자 편익을 높이기 위한 경쟁에 동참해달라”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특히 LG유플러스 측의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면 이용요금이 오를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요금은 정부 승인 사항이며, 사업자가 임의로 가격을 인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또한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초고속인터넷, 결합상품 등 시장 점유율이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은 근거가 부족하며, 따라서 공정경쟁을 저해한다는 주장도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LG유플러스는 “수개월간 준비해 발표한 사실을 일방적으로 폄하한다”고 재반박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