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동화 ‘신데렐라’에 나오는 ‘유리구두’를 형상화한 교회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15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대만 남서부 자이(嘉義)시에 높이 16m의 파란색 유리판 320개를 이어 붙여 만든 교회가 중국의 춘절(새해)에 해당하는 다음 달 8일 공식 개장한다.
그런데 이 교회는 예배를 드리러 오는 사람들 대신 사진을 찍으러 온 관광객으로 가득 찰 것으로 보인다. 십자가나 성경 대신 교회 안에는 단풍잎 등 여성을 상징하는 각종 조형물을 비롯해 ‘연인들을 위한 의자’, 비스킷과 케이크 등이 놓일 예정이다.
자이시의 관광여가 분야 판슈에이핑 주임(여)은 “여자들도 한 번쯤은 유리구두를 신은 신부를 꿈꾸지 않느냐”며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더없이 행복하고 로맨틱한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BBC에 말했다.
시 당국이 이곳에 ‘유리구두’ 교회를 짓기로 한 데는 사연이 있다. 1960년대 이 지역에는 왕씨 성을 가진 한 가난한 여성이 살았는데, 24세 나이로 흑족병(blackfoot disease)에 걸리고 말았다. 흑족병은 오염된 우물에 의한 비소 중독 등의 증상으로 손발이 검게 썩어들어가는 병이다. 결혼을 앞두고 있던 그녀는 그로 인해 두 다리를 절단해야 했고 결국 파혼당하고 말았다. 이후 그녀는 결혼하지 않은 채 이곳에 있던 작은 교회에서 평생을 보냈다고 한다. 유리구두 모양의 디자인은 그녀를 추모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모든 여성이 ‘유리구두’의 주인공을 꿈꾸는 것은 아니다”거나 “여성 관광객을 겨냥한 관광지를 개발하는 건 좋은 시도”라는 찬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월드 화제] ‘유리구두’ 교회의 슬픈 이야기
입력 2016-01-18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