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기가 싫어서”… 만화 그려 공부해 고려대 진학

입력 2016-01-17 21:11

하나라도 더 외워야 할 시간을 만화 그리는 데 쏟아부어도 대학에 갈 수 있을까. 무턱대고 외우는 게 싫어서 만화로 공부한 수험생이 대학 입학의 좁은 문을 통과했다.

고려대는 경북 문경 문창고를 졸업한 김태한(20·사진)씨가 화학과 수시모집 융합인재전형에 합격했다고 17일 밝혔다. 김씨는 입시 공부 중 개념이 잘 이해되지 않거나 외우기 어려운 부분이 나오면 직접 만화를 그렸다.

특히 이해력과 함께 암기력이 필요한 과학 과목에서 이 학습법으로 톡톡하게 효과를 봤다고 한다.

김씨는 입학원서를 내면서 자기소개서에 자신의 ‘카툰 스터디’를 자세하게 소개했다. 금속의 반응성이나 각종 실험 과정을 하나하나 만화로 묘사하며 화학에 관심을 키워왔다는 설명이 면접관들 눈에 들었다.

김씨는 만화를 그리다 집착하게 될 때도 있어 몇 가지 규칙을 정했다고 한다. 우선 만화 하나당 6∼8컷으로 분량을 정했다. 컷이 늘어나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공부보다 만화가 먼저가 될 수 있어서다. 등장인물은 최대한 작게, 말풍선은 크게 해서 내용을 많이 담았다.

이 학습법을 제안한 사람은 김씨의 아버지였다. 아들이 평소 암기를 싫어하고 학습만화책을 즐겨 보는 걸 보고 착안했다고 한다.

김씨는 “화학 공부를 열심히 해서 국가 연구소에서 일하는 연구자가 되는 것이 꿈”이라며 “생화학이나 유기화학이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에서 리포트를 쓸 때도 필요하면 만화 학습법을 종종 활용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