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중앙지법 파산부가 관리한 법정관리(회생) 기업의 자산 합계가 12조3500억원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 순위 18위의 현대그룹과 비슷한 규모다.
법정관리 기업의 증가는 조선 건설 등 주요 산업의 경기침체가 심각한 상황임을 보여준다. 지난해 법원에 접수된 회생·파산 신청 건수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보다 많았다.
1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서 회생절차를 진행한 기업의 자산 규모는 지난해 7월 기준 12조3500억원이었다. 7월 이후 추가된 회생 신청을 고려하면 이 수치는 더 커질 수 있다. 공기업을 제외한 재계 순위에서 18위인 현대그룹(12조6000억원)과 비슷하거나 더 큰 규모가 되는 셈이다.
법원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30조원 규모의 법정관리를 수행하며 ‘재계 서열 5위’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후 기업들이 속속 법정관리를 졸업하면서 법원이 관리하는 기업의 자산 규모도 크게 줄었다가 2010년 이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중견·중소기업의 법정관리 및 파산 신청이 늘고 있어서다. 자산 규모 500억원에 직원 170명인 중견기업 경동건설은 지난 11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12일에는 아파트 브랜드 ‘동일하이빌’로 널리 알려진 동일토건이 회생 신청서를 냈다.
지난해 11월까지 법원에 접수된 회생·파산 신청 건수는 1998년(1343건)보다 많은 1375건이었다. 12월 신청분을 감안하면 1500건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6년 통합도산법 제정 이후 회생·파산 신청 건수는 2007년 248건에서 2013년 1296건, 2014년 1412건으로 크게 늘고 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법정관리 기업 자산 규모 12조 ‘재계 18위’
입력 2016-01-17 2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