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자발적 황혼 육아에 떼밀린 노인들 대책은 없나

입력 2016-01-17 17:36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조부모가 자녀 양육을 떠맡는 ‘황혼육아’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는 조부모가 어쩔 수 없이 양육을 떠맡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국무총리실 산하 육아정책연구소가 최근 펴낸 ‘조부모 영유아 손자녀 양육 실태와 지원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황혼육아 조부모들은 평균 주 42시간 양육노동을 하고, 월 57만원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금의 반쪽짜리 무상보육과 무대책 고령화가 6070세대를 장시간, 저임금의 육아노동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전국의 황혼육아 조부모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들 중 일정 금액의 양육비를 정기적으로 받는 이들은 절반(49.8%)에 그쳤다. 주당 평균 양육시간은 42.53시간으로 법정 근로시간인 40시간을 초과했다. 그들 중 22%는 50시간 넘게 손자와 손녀를 키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할마(할머니+엄마)’들이 ‘손주병’을 앓는다는 신조어가 실감이 난다. 반면 그들이 받는 평균 양육비는 57만원으로 시급으로는 3350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최저시급인 5580원이나 여성가족부의 아이돌보미 시급 6000원보다 훨씬 더 낮았다. 조부모가 자신의 체력을 감안해 시간을 조절해가며 자발적으로 손주를 돌보는 것은 바람직할 수 있다. 그러나 비자발적 황혼육아는 장시간 노동이어서 노인들의 건강을 해치고, 노후설계를 방해한다.

육아정책연구소가 2012년 실시한 전국 보육실태 조사에 따르면 0∼5세 영유아를 둔 맞벌이 부부 전체의 약 절반이 친정이나 시댁에 아이를 맡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조부모에게 자녀 양육을 위탁하는 이유로는 ‘남에게 맡기는 것이 불안해서’(32.2%)와 ‘직장생활(학업)을 계속하고 싶어서’(31.6%)가 대부분이다. 정부 공약과 달리 지지부진한 국공립 보육기관 확충과 남성 육아휴직 확대 정책에 통 큰 투자가 필요함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