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核 합의에 결정적 역할 한 ‘세컨더리 보이콧’… 북한에도 먹힐까

입력 2016-01-18 04:04
국제사회가 이란에 대한 경제·금융 제재 해제를 공식 선언하면서 이란 핵 문제는 사실상 ‘불가역적’ 단계에 접어들었다. 서울의 한 외교 소식통은 17일 “(제재 해제는) 이란의 비핵화가 돌이킬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공들여온 핵 비확산 체제의 마지막 걸림돌인 북핵 문제는 여전히 진전될 기미가 없다.

국제사회는 이란 핵 협상이 중대 고비를 넘길 때마다 교착상태에 빠진 북핵 협상에도 시사점이 있을 것으로 기대해 왔다. 우리 정부 또한 유럽연합(EU)과 이란이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상 이행일(Implementation Day) 개시를 공식 발표한 직후 외교부 대변인 명의로 환영 논평을 내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국제 공조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란의 비핵화가 북핵 문제 해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서울 외교가의 중론이다. 이란의 정치 구조는 이슬람 신정체제에 민주주의가 혼합된 형태다. 경제 또한 원유 수출에 집중돼 있어 대외 의존성이 강하다. 때문에 국제사회 제재로 경제가 파탄에 이르자 중산층을 중심으로 반정부 기류가 나타났고, 2013년 온건 성향인 하산 로하니가 대통령에 당선돼 정권교체가 이뤄지면서 이란 핵 협상은 급물살을 탔다.

반면 북한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의 경직된 전체주의 체제가 확립된 지 오래다. 경제 악화로 민심 이반이 고조돼 정권이 비핵화 테이블에 나온다는 시나리오는 원천적으로 배제돼 있다. 북한경제는 ‘자력갱생’이란 모토로 국제경제 체제와 단절돼 있어 이란식 경제 제재에는 ‘면역’ 상태다. 이란 경제를 결정적으로 혼란에 빠트린 ‘세컨더리 보이콧’을 대북 제재에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그 실효성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이유다.

특히 우리 정부의 5·24 대북 제재조치 이후 북한의 대중(對中) 무역 의존도가 크게 높아졌다. 한국무역협회 베이징지부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전체 수출에서 중국의 비중은 2003년 51%에서 2013년 91%로 10년 사이 비약적으로 늘었다. 사실상 중국이 북한경제의 ‘목줄’을 쥐고 있다는 얘기다. 대북 제재에 적극 나서라고 한·미·일이 중국에 연일 압력을 넣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하지만 중국정부는 북한을 ‘전략적 자산’으로 보고 있어 북한 체제의 안정성을 해치는 양자 제재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낮다. 정부의 한 고위 소식통은 “북핵 상황에서 중국의 역할은 당장 독자 제재를 한다기보다 유엔 안보리 결의 과정에서 진일보한 자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유엔 안보리 이사국이면서 한·미·일과 전략적 이해관계가 다른 중·러가 협조적으로 나설 것이란 기대도 많지 않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중국은 전술적으로도 좀더 시간을 끌려고 할 것”이라며 “중국과 러시아가 있어서 제재안이 100% 만족할 만하게 나올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