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에 ‘살아 있는 전설’이 된 비결 물어보니… “히딩크 감독에 발탁 안된 게 롱런 비결”

입력 2016-01-17 21:11
전북 현대의 골잡이 이동국이 17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자이드 스포츠시티에서 훈련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내 최고령 필드 플레이어인 이동국은 “젊은 시절의 시련이 나를 강하게 만들었다”며 “긍정적인 성격이 롱런 비결”이라고 밝혔다.

한국 프로축구 412경기 출장에 180골. 2009년, 2011년, 2014년, 2015년 K리그 대상 수상. 7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 ‘대박이 아빠’ 이동국(37·전북 현대)이 보유하고 있는 각종 기록이다.

17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전지훈련 중인 이동국에게 ‘살아 있는 전설’이 된 비결을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엉뚱했다. “히딩크 감독님께 고맙다고 해야죠.” 프로축구 전북 현대의 ‘라이언 킹’ 이동국은 2002 한일월드컵 때 거스 히딩크 전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에게 발탁되지 않은 게 롱런의 비결이라고 했다. 시련을 긍정의 힘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이동국은 10대 후반인 1998 프랑스월드컵에서 최연소 국가대표로 발탁되며 승승장구하는 듯했다. 그러나 불운과 부상으로 한일월드컵과 2006 독일월드컵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독일과 잉글랜드에 진출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2008년 K리그에 복귀한 뒤에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성남 FC에서 방출당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2009년 전북에 입단해 스승 최강희 감독을 만나면서 화려하게 재기했다. 시련을 겪으며 더 강해졌고, 마침내 K리그를 대표하는 스타가 됐다.

이동국은 “한일월드컵에서 뛰었다면 지금의 이동국은 없었을 것”이라며 “당시는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때 못 뛰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최고령 필드 플레이로 뛰고 있는 비결에 대해선 “꾸준한 자기관리와 긍정적인 성격”이라고 했다. 이어 “어려움을 많이 겪다 보니 이제 어려움이 닥쳐도 쉽게 털어 버린다”며 “어려운 일이 생기면 좋은 쪽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하니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일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해 병역 혜택을 받지 못한 이동국은 2003년 3월 입대했다. 권위적이었던 이동국은 상무에서 생활하며 성격이 바뀌었다고 했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동료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니 사람에 대한 이해가 넓어졌다.

이동국은 축구선수로서 자신에게 몇 점을 주겠는가라는 질문에 “많이 주고 싶다”며 껄껄 웃더니 “19년째 선수생활을 하고 있으니 이만하면 성공한 삶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런 이동국은 요즘 ‘외도’를 하고 있다. TV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하고 있다.

그는 “촬영을 하며 아이들과 같이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며 “결혼 전엔 나만 생각했는데, 이제 가장으로서 항상 가족과 아이들을 생각하게 된다. 가족과 아이들을 위해 사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2005년 12월 이수진씨와 결혼해 2007년 8월 쌍둥이 딸을 얻었고, 2013년에도 쌍둥이 딸을 또 낳았다.

2014년 11월 막내아들까지 다섯 자녀를 뒀다. 그래서 그는 TV에서 ‘오둥이 아빠’로 뛰고 있다. 시련은 이동국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고, 가족은 이동국을 한층 성숙하게 만든 셈이다.

아부다비(아랍에미리트)=글·사진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