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래 ‘탈세’ 징역 3년… 배임·횡령은 무죄

입력 2016-01-15 21:18
징역 3년의 실형이 선고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15일 재판 직후 부축을 받으며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재판부는 법정구속을 하지는 않았다. 서영희 기자
조석래(81) 효성그룹 회장에게 1심 법원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고령과 건강을 이유로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세금 1358억원 탈루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수백억원대 횡령과 배임 혐의는 무죄가 나왔다. 사건 접수 후 737일간 33차례 심리 끝에 내린 결론이다.

조 회장은 “회사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집행유예를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찰과 효성 모두 판결에 불복 의사를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최창영)는 15일 조세포탈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 회장에게 “조세정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일반 국민의 납세의식에도 악영향을 끼쳤다”며 징역 3년과 벌금 1365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회계분식과 조세포탈을 반복하며 효성을 유지·운영한 것은 그릇된 이윤추구의 한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포탈한 세금을 사후 납부한 점, 경제발전에 기여한 점, 고령에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점 등을 형량 감경 사유로 들었다. 유죄가 인정된 조 회장의 혐의에 대한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권고형량은 징역 5년4개월∼12년이다.

1심은 조 회장이 분식회계를 통해 법인세 1238억원을 포탈한 혐의 전부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회계 분식이 장기간 조직적으로 이뤄진 정황을 보면 범행의 고의도 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차명계좌를 이용해 소득세 120억원을 탈루한 혐의도 유죄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200명 이상의 차명인과 400개가 넘은 차명계좌가 이용되는 등 죄책이 무겁다”고 했다.

반면 주요 쟁점이던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조세포탈·횡령·배임’ 혐의는 무죄가 선고됐다. 조 회장이 홍콩 소재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화학섬유 제조업체 ‘카프로’의 주식을 차명 보유·거래했다는 혐의에 재판부는 “효성그룹 차원의 관여가 인정되며, (조 회장의) 재산관리인이 작성한 문서만으론 조 회장이 차명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해외 특수목적회사(SPC)와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탈세 및 기술료 횡령 혐의도 무죄가 나왔다. “조세를 회피하려는 적극적 은닉 행위가 없었으며 기술료도 법인과 페이퍼컴퍼니 사이에 적법하게 지급됐다”는 게 재판부 설명이다.

조 회장은 지팡이를 짚고 임직원의 부축을 받으며 피고인석에 들어섰다. 재판이 진행된 50분 내내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숙였다. 실형이 선고되자 10분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다가 힘겹게 법정을 떠났다.

효성 측은 “IMF 외환위기라는 초유의 사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일이고 개인이 사적 이익을 추구한 사안이 아닌데도 실형이 선고돼 안타깝다”며 “항소심에서 적극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역시 해외를 중심으로 이뤄진 배임·횡령 혐의가 인정되지 않은 점에 불복해 항소할 계획이다.

사건이 서울고법으로 올라가면 조 회장은 현재와 같이 불구속 상태에서 법정을 오가며 재판을 받는다. 2심에서도 실형이 선고될 경우 법정구속될 수 있고,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되면 형이 집행된다.

함께 재판 받은 장남 조현준(48) 효성 사장에게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명령 120시간이 선고됐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