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고마운 줄 알아야지”… 與 ‘철새’ 비판에 맞대응

입력 2016-01-15 21:06 수정 2016-01-15 23:25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왼쪽)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선대위 운영방식 등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문재인 대표가 옆에서 마이크를 고쳐 잡아주고 있다. 이동희 기자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이 15일 문재인 대표의 ‘공동선대위원장’ 구상을 일축하며 리더십 구축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문 대표의 사퇴를 사실상 주문하고, ‘공천혁신안’의 수정 가능성도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위원장직 수락 후 국회 당대표실에서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단독선대위원장을 한다는 전제 하에 수락했다”고 말했다. 전날 “호남을 대표하는 공동선대위원장이 필요하다”는 문 대표의 말을 정면 반박한 셈이다. 공천 시스템에 대해서도 “편파적으로 치우친 경우에는 약간의 수정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표가 지난해 재신임 파동을 겪으면서까지 지켜낸 공천룰의 수정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야권 세력과의 통합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고, 문 대표 사퇴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그러리라 믿는다”고 했다.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지만 지금 추구하는 입장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인사말에선 “더불어 잘 살게 하는 것이 경제민주화”라며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내주 초라도 인선을 해서 곧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김 위원장이 미묘한 입장차를 드러내자 급히 진화에 나섰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선대위의 원 톱으로 모신 것”이라며 “공동 부분은 외부영입 또는 통합 등의 경우를 가정해 말씀드린 것이다. 김 위원장이 판단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공천룰 수정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 말씀을 들어보지 못했다. 현재 공천안에 대해 별 이견이 없으셨다”고 했다.

더민주 의원들은 일단 선대위 구성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한 범주류 초선 의원은 “혼란스러운 상황을 진정시킬 수 있게 된 점은 다행”이라면서도 “다소 낯설고 불편한 감이 있다”고 했다. 전북의 한 의원은 “선대위원장이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젠 문 대표가 하루빨리 2선으로 물러나는 게 시급한 과제”라고 했다.

새누리당은 더민주의 김 위원장 영입에 대해 ‘회전문식 돌려막기쇼’라며 비난했다. 새누리당 신의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자신만 최고 전문가인 듯 처신하는 일을 국민은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내가 뭘 기웃거렸느냐”며 “요청한 대로 해줬으면 고마운 줄 알아야 한다”고 되받아쳤다.

한편 더민주와 국민의당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아온 박영선 의원과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오전 비공개 회동했다. 박 의원은 “경제정의를 실천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방법에 대해 더 의논키로 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어 안철수 의원과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김 위원장이 박 의원에게 탈당을 만류한 이후 박 의원이 정 전 총리 및 안 의원과 잇따라 회동하자 거취 결정이 마무리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