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중국 증시와 국제유가의 폭락은 관련 파생상품 투자자들의 원금 손실 공포도 키우고 있다.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과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결합증권(DLS)이 그 대상이다.
1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ELS 규모는 46조3364억원에 달한다. 투자기간 동안 H지수가 일정 수준 이하로만 떨어지지 않으면 약정된 수익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그러나 지난해 4월 1만4000선을 넘어섰던 H지수가 최근 중국 증시 폭락으로 8200대로 주저앉으면서 H지수 기반 ELS 상품 일부가 녹인(Knock-in·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으로 녹인 구간에 들어선 H지수 ELS(공모형·원금비보장형) 상품은 144개(발행금액 1509억원)로 집계됐다. 녹인 구간에 진입했다고 곧바로 손실이 나는 것은 아니다. 보통 발행 후 3년째인 만기에 가서도 지수가 일정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면 하락폭만큼의 원금 손실을 보게 된다. 지수가 1만4000일 때 가입했는데 만기 시 7000까지 떨어졌다면 원금의 절반을 날리게 된다는 얘기다.
NH투자증권 최창규 연구원은 “최근 녹인이 발생한 H지수 ELS 물량은 지수 1만4000 이상에서 모집된 일부이며, 본격적인 녹인 발생 지수대는 7000 이하”라고 말했다. H지수가 7000선 밑으로 추락할 경우 ELS가 무더기로 녹인 구간에 진입해 손실 위험 금액이 수조원대로 불어난다는 뜻이다. H지수 ELS는 지난해 1차 차이나 쇼크(6∼8월 증시 폭락) 때도 원금 손실 우려가 커져 이후 발행규모가 급감했다.
국제유가가 일정 수준까지 떨어지지 않으면 약속한 이자를 주는 원유 DLS도 H지수 ELS와 비슷한 상황이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13일까지 만기 상환된 원유 DLS 중 15개에서 370억원의 손실이 났다. 또 공모형 원유 DLS 889개 가운데 현 유가를 기준으로 녹인 구간에 들어선 상품은 455개(8971억원어치)에 달한다. 이달에만 32개 원유 DLS의 만기가 도래하는데 원금보장형 5개를 뺀 나머지 27개 상품은 원금 손실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이날 아시아 주식시장은 여전히 불안한 양상을 보였다. 장 초반 상승하던 코스피지수는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다시 급락세를 보이자 1870선으로 추락했다. 지수는 21.14포인트(1.11%) 내린 1878.87로 장을 마쳤다. 188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9월 8일(1878.68) 이후 4개월 만이다. 코스닥지수는 0.70%,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0.54% 하락했다. 상하이지수는 하루 만에 3000선이 무너진 데다 장중 2900선도 깨졌다. 지수는 3.55% 급락한 2900.97로 마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속타는 H지수 ELS·원유 DLS 투자자… 커지는 원금 손실 공포
입력 2016-01-15 2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