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오른팔이 무거워 혼자 걸을 순 없지만 표정은 한결 밝아졌다. 소녀는 이제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 희귀난치병을 앓아 오른팔이 또래보다 5배 정도 두꺼운 네팔 어린이 풀 마야(10·여)가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국민일보 보도(2015년 11월 7일자 8면) 이후 아산사회복지재단이 마야를 후원해 수술이 성사됐다. 14일 2시간 동안 1차 수술을 받은 마야는 15일 오후 퇴원했다.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고 연신 깔깔 웃으면서 병원을 나섰다.
마야의 오른팔이 코끼리 다리처럼 두꺼워진 것은 ‘선천성 윤상 수축대 증후군’을 앓고 있어서다. 무거운 팔 때문에 혼자서는 세 걸음을 채 걷지 못한다. 서울아산병원 검사 결과 혈액순환 장애가 우려됐고, 면역기관인 임파선에 종양이 생기는 임파선종도 발견됐다. 치료가 시급한 상태였다.
지난해 네팔 지진 구호 현장에서 마야를 만난 구호단체 지구촌사랑나눔은 팔을 치료해주기 위해 지난해 10월 한국으로 초청했다. 몸에서 종양과 폐렴이 발견돼 바로 수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희귀난치성 질환을 치료하겠다고 나서는 병원을 찾기도 어려웠다.
국민일보를 통해 안타까운 상황을 접한 서울아산병원이 마야를 치료하겠다고 나섰다. 다행히 악성 종양은 아닌 것으로 확인돼 수술에 큰 문제가 없었고, 그동안 폐렴도 치료받은 터였다. 치료비 전액은 아산사회복지재단에서 지원키로 했고, 정형외과 전문의 윤준오 교수가 집도했다. 이번 1차 수술에서는 오른 팔목을 고무줄처럼 감싸고 있던 띠 모양의 수축대를 제거했다.
윤 교수는 “1차 수축대 제거 수술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며 “상태를 지켜보며 2차 수술과 임파선종 및 요골 신경마비 치료까지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단 관계자는 “향후 추가 수술과 치료비용도 전액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1차 수술을 마친 마야는 아버지와 다음 달 네팔로 돌아갔다가 6월 돌아와 2차 수술과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아버지 상커 빌(48)씨는 “수술이 잘돼서 매우 기쁘다. 치료를 지원해준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코끼리 팔’ 네팔 소녀, 행복 안고 퇴원했다
입력 2016-01-16 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