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14일(현지시간) 발생한 폭탄·총격 연쇄테러의 배후가 이슬람국가(IS)에 동조하는 ‘자생적 IS 전사’로 드러났다.
‘IS를 추종하는 현지 세력이 시리아로부터 지휘와 자금지원을 받아 테러를 벌인다’는 전략이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 테러 이후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으면서 세계 각국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경찰은 이번 테러가 인도네시아 내 IS 연계조직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며 자국 출신 테러리스트 바흐룬 나임을 직접적인 배후로 지목했다. 15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바드로딘 하이티 인도네시아 경찰총수는 기자들에게 “어제 테러는 바흐룬 나임을 통한 IS의 자금 지원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현재 IS의 수도인 시리아 라카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나임은 IS를 추종하는 무장세력 ‘카티바흐 누산타라’의 지도자급 인물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경찰 관계자를 인용해 인도네시아의 소도시에서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던 그가 2011년부터 불법 무기 소지 혐의로 3년간 복역하면서 지역 내 극단주의 반군의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NYT는 나임이 파리 테러 이후 인도네시아어 블로그에 “인도네시아인들도 파리 테러팀의 기획과 조직, 용기를 공부해야 한다”는 찬양글을 남겼다고 전했다. 나임이 운영에 관여해 온 것으로 알려진 이 블로그에는 테러 공격법부터 정보 당국의 감시망 피하기, 권총 만들기, 게릴라전 기법 등이 담겨 있다.
하이티 총수는 또 사망한 5명의 테러범 가운데 1명이 과거 아체에서 군대식 테러범 훈련을 받은 혐의로 7년형을 선고받고 풀려났던 ‘아피프 수나킴’이라고 밝혔다. 아피프는 시민을 향해 총을 겨누는 장면이 근거리에서 사진기자의 앵글에 잡혔던 인물이다.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또 다른 테러범 역시 과거 테러 혐의로 기소됐던 인물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이날 테러범의 가옥을 수색하던 도중 IS의 깃발을 발견했으며, 자카르타 남부 도시 데폭을 급습해 3명의 남성을 검거했다.
이번 자카르타 테러는 유럽과 미주 대륙에 이어 아시아 상륙을 노리는 IS가 어떤 ‘세계화 전략’을 구상 중인지 짐작하게 한다. 워싱턴포스트는 “IS가 전 세계에서 무슬림 인구가 가장 많고, 오랜 반정부활동 역사를 지닌 인도네시아를 자신들의 글로벌 전략에 끌어들이려 한다”고 해석했다. 다수의 이슬람 무장단체를 이미 보유한 동남아 지역의 특성을 활용해 IS가 마치 ‘프랜차이즈(가맹점)’를 확장하듯 세력권을 넓혀가고 있다는 우려다.
현재까지 인도네시아에서만 500∼700명이 시리아 등지의 IS에 합류했다가 상당수 인도네시아로 돌아왔으며, 1000명 이상의 인도네시아인 IS 동조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일에는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등지의 무장단체 4곳이 필리핀 내 무슬림 자치지역에 모여 통합을 선언하고 IS 지도자에 충성을 맹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동남아 무장반군 파고든 IS… 아시아 ‘테러 경보’
입력 2016-01-15 20:39 수정 2016-01-15 2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