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재난으로 번졌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는 보건 당국의 총체적 부실 대응으로 피해가 커졌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14일 감사원에 따르면 보건 당국과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환자 관리와 확산 방지에 실패하고 진상을 은폐·축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 당국은 1번 환자에 대한 신고를 받고도 검사를 지체했고, 해당 보건소에 신고 철회를 종용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슈퍼 전파자’인 14번 환자가 접촉한 이들의 명단을 줄여서 보건 당국에 보고했고, 보건 당국은 이들을 격리하지 않았다. 이러한 초동 조치 실패와 허술한 대응 탓에 감염 186명, 사망 38명, 격리조치 1만6600여명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했다. 또 메르스는 국민을 공포에 떨게 했고,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 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갔다.
문제는 감사원이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 등 실무자 16명만 징계할 것을 요구한 점이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행정직 고위 공무원이 징계 대상에서 빠진 것이다. 보건 당국의 잘못이 명백하게 드러났는데도 문 전 장관 등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부실감사나 다름없다. 비난 여론이 확산되자 감사원이 15일 “문 전 장관은 감사 착수 전에, 장옥주 전 복지부 차관은 감사 실시 중에 사퇴해 징계 책임을 물을 수 없었고 중징계 또는 중대한 비위행위에 해당하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해명자료를 발표했지만 액면 그대로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문 전 장관이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취임하자 ‘중징계 또는 중대한 비위행위’에 대해 눈을 감은 것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시민사회의 강력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문 전 장관을 이사장에 임명한 것을 염두에 두고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감사원이 독립적인 위치에서 엄정하게 감사하지 않고 대통령의 눈치를 살핀다면 어느 누구도 감사 결과에 수긍하지 않는다.
[사설] 감사원, 대통령 눈치 보고 문형표 면죄부 줬나
입력 2016-01-15 17: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