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범죄조직 ‘야쿠자’의 중간보스. 돈 되는 일이면 뭐든 다 했다. 힘없는 여성에게 돈을 벌어오라 강요했고 마약에도 손을 댔다. 처음엔 환각 상태가 좋았다. 그렇게 쾌락을 즐겼지만 그 느낌은 오래가지 않았다. 평소에도 환각 상태에 빠졌고 이내 삶을 포기하는 순간에까지 이르렀다.
최근 서울 서대문구 호프월드미션·서울희망교회(김용국 목사) 일본어예배에 이 중간보스가 등장했다. ‘야쿠자 출신 부흥사’ 이노우에 카오르(59) 목사다. 그는 “이제 나의 오야붕(두목)은 예수님”이라며 “한국과 일본교회가 영혼 구원을 위해 함께 기도하자”고 말했다. 지난 15일 서울희망교회 인근 음식점에서 이노우에 목사를 만났다.
그는 “내 몸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자 자살을 하려고 마음먹었는데 다행히 복음을 들었다”며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하나님을 굳게 의지했고 이렇게 세상에 복음을 전하는 목회자가 됐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노우에 목사는 “젊었을 때 오토바이 폭주족으로 거들먹거리며 조직에서 생활했지만 예수님을 만나 중생의 기쁨을 맛보고 크리스천으로 거듭난 것이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고백했다.
‘야마구치’ ‘겐세이’라는 야쿠자의 중간보스였던 그가 복음을 접한 것은 30대 중반이다. 지금의 아내 이노우에 히로코 사모를 만나면서 변화됐다. “병원 공사 현장에서 일을 한 적이 있었는데, 한 자매가 ‘하나님은 사랑이십니다’라고 말하며 전도를 계속하는 겁니다. 말도 안 되고 화도 나고 해서 비웃듯 물었죠. ‘나처럼 더러운 사람도 용서받을 수 있나요?’ 바로 자매가 답했습니다. ‘물론입니다. 예수님은 누구라도 용서하신답니다’라고요.”
얼마 뒤 그는 자매에게서 성경을 선물로 받았다. 자매가 표시해둔 말씀에 그는 번쩍 눈을 떴다. “또한 만일 네 오른손이 너로 실족하게 하거든 찍어 내버리라 네 백체 중 하나가 없어지고 온 몸이 지옥에 던져지지 않는 것이 유익하며.”(마 5:30)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요. 그동안 지었던 온갖 죄들이 다 떠오르면서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겁니다. 그렇게 못 된 짓을 하고도 눈물 한 번 흘려본 적이 없는데 말입니다. 난생 처음 평안이란 걸 느꼈지요. 이를 알게 해준 자매, 제 아내에게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답니다.”
이후 야쿠자에서 나왔다. 1990년 6월 세례를 받고 새 사람으로 거듭났다. 기도 가운데 예수님이 자신을 꼭 안아주는 환상도 봤다. 자신이 몸담았던 야쿠자의 오야붕까지 교회로 이끌었다. 그는 92년부터 야쿠자 출신 10여명으로 구성된 ‘미션바라바 선교회’를 조직해 복음을 전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 자살예방과 마약예방 캠페인을 적극 펼치고 있다.
선교의 불모지 일본에서 사역하는 게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며 “크리스천이 별로 없는 것을 탓하기보다 전도할 대상이 오히려 많다고 생각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예수님을 믿고 따르겠다는 복음의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며 “믿는 사람들이 계속 복음의 씨앗을 뿌려 한국교회도 성장하지 않았는가. ‘선교사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일본 열도도 하나님께서 거두실 날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글·사진=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중간보스 출신 이노우에 카오르 목사, 야쿠자에서 부흥사로… “이제 내 오야붕은 예수님”
입력 2016-01-17 1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