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신문에 이런 광고가 났네요.”
어려운 사람을 돕는 미국의 자선단체인 ‘스프앤키친’(Soup and Kitchen)이 기금이 없어서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었다. 예전 같으면 이런 뉴스를 보고도 아무런 감흥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날 그 소식은 내 마음을 내내 불편하게 만들었다.
심장이식수술을 기다리면서 아내와 나는 “만일 하나님이 나를 살려주시면 이런 단체를 돕겠다”고 기도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그 기도를 기다리셨다는 듯이 길을 활짝 열어 주셨다. 그것도 내가 상상도 못한 방법으로 말이다.
1993년 1월에 심장이식수술을 받고 몇 개월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수술 직후라서 또 몇 개월을 집에서 쉬어야 했다. 그렇다 보니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집을 팔려고 내놓았지만 팔리지도 않았다. 약값이 없어서 동료 환자에게 남은 약을 구하러 다닌 적도 있었다. 그런 중에도 나는 내 삶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이전처럼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사업을 해야 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아내는 1년을 말렸다. 대수술을 받은 탓에 얼굴은 부었고 먹는 약만 해도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그날 이후로 지금까지 하루에 한 움큼씩 약을 먹는다. 그렇데 약을 먹으면서 무슨 사업을 하느냐는 거였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다니던 회사에선 나를 배려해 설계 프로젝트만 따오라고 했지만 나는 더 이상 회사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물론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다른 사람을 고용한 상태였다. 나는 무엇보다도 살아 있는 동안 하나님 중심으로 살고 싶었다. 그러려면 회사로 돌아가선 안 되었다. 하나님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조직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 무렵 우리는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직장 다니며 번 돈으로 집을 몇 채 사 두긴 했지만 엄청난 금액의 병원비를 대느라 다 팔아치우고 남은 것이라곤 가족들이 살고 있는 집 한 채가 전부였다. 더구나 장인어른이 하던 사업마저 부도가 나서 우리는 그야말로 어느 쪽에도 손을 벌릴 형편이 못됐다.
1994년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 나는 빚더미 위에 올라앉은 상태였다. 의료보험비를 낼 돈조차 없었다. 그러다가 95년, 하나님의 은혜로 템플대학에서 큰 프로젝트를 따낸 것을 시작으로 기적 같은 일들이 계속 일어났다. 창업을 한 지 불과 1년 만에 우리는 창고를 벗어나 사무실다운 사무실을 갖게 되었고 첫 파트너로 온 논리 알라콘 부사장을 비롯해 15명의 식구가 생겼다. 하나님은 사업을 통해 재정적인 회복을 주셨을 뿐 아니라 육체적인 회복과 가족관계의 회복도 허락해 주셨다.
그러다 98년에 다시 심장에 문제가 생겨서 이듬해인 99년에 2차 수술을 큰 은혜 가운데 받게 되었다. 처음에는 알코올중독 병력이 있는 40대의 심장을 이식받았는데 두 번째는 건강한 십대 남자 아이의 심장을 받은 것이었다. 2차 수술을 받기 위해 6개월가량 병원에 입원했을 때는 정말 재미있었다. 약병 줄을 주렁주렁 단 채로 환자들과 성경 공부반을 만들어서 말씀을 보는가 하면 비즈니스미팅도 했다.
내가 입원하고 있으니 회사로서는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하나님께 맡긴 회사이기에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죽음의 위기에서 나를 살리신 하나님이 당신의 기업을 이끌어 가실 것이라 믿었다. 정리=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역경의 열매] 하형록 <11> “살려주시면 자선단체 돕겠다” 아내와 기도
입력 2016-01-17 1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