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철저하지 못하거나 오판하여 ‘낭패’를 겪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낭패’는 ‘바라거나 계획한 일이 실패로 돌아가거나 기대에 어긋나 매우 딱하게 되다’라는 뜻입니다. 낭패는 뒷다리가 짧은 ‘낭(狼)’과 앞다리가 짧은 ‘패(狽)’라는 전설상의 동물 이야기에서 온 말입니다.
낭과 패는 늑대(이리) 종류인데, 성격이 거칠고 급한 ‘낭’과 순하지만 지략을 갖춘 ‘패’를 일컫습니다. 이들이 어울려 나들이를 하거나 먹이사냥에 나서면 어떨까요.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운 데다 성격이 판이해 충돌이 잦고 행동이 엉성해서 목적을 이루기 힘들겠지요. 여기에서 하려던 일이 뜻대로 되지 않고 곤란한 지경에 처하는 것을 ‘낭패’라고 하게 된 것입니다.
狼은 ‘여기저기 흩어져 어지럽다(선혈이 낭자하다)’ ‘왁자지껄하고 시끄럽다(비명이 낭자하게 들리다)’는 의미의 ‘낭자하다’에 쓰이는 글자인데, 낭자(狼藉)는 ‘늑대의 잠자리’라는 뜻이지요. 사납고 거친 늑대들의 소굴이 매우 어지럽게 흩어져 있고 시끄러운 모양을 이르는 말입니다.
어떤 일을 도모했을 때 잘 풀리지 않아 처지가 고약하게 꼬이는 경우가 낭패이니 지금 우리의 대내외 사정이 그렇지 않나요. 무지하거나 당황하여 상황들을 그르칠 경우 더욱 치명적인 낭패에 처하게 됩니다.
서완식 어문팀장 suhws@kmib.co.kr
[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낭패’는 다리 짧은 전설의 동물 ‘낭’과 ‘패’
입력 2016-01-15 18: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