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보육과 겨울

입력 2016-01-15 17:39 수정 2016-01-15 17:47
황제펭귄. 위키피디아

양벌이 부모의 아이들 양육 고민이 커지는 겨울방학이다. 어느 정도 키운 청소년기의 자식들 걱정도 만만치 않거늘, 영유아를 보육시설에 보내야 하는 젊은 부모의 마음은 오죽할까. 이는 육아 본능이 경중의 차이가 있을 뿐 모든 동물이 타고난 근본적 속성이기에 그렇다.

동물계에 있어 양육은 목숨을 건 고난의 도전이다. 열대어인 시클리드류의 일부 어종은 산란된 수정란을 입안에 모아 3∼4주 정도 포란, 부화시키는데 이 기간 중 부모들은 취식을 못해 체력이 심하게 고갈된다. 바다메기류 역시 유사한 본능적 육아 행동을 하며, 다윈코개구리는 수컷의 울음주머니 속에서 수정란을 포란하고 부화시킨다.

고행에 가까운 육아 행동은 곤충류와 전갈류 일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수서곤충인 물자라는 수컷의 등에, 전갈 일부는 암컷의 등에 산란하고 부화를 책임진다. 이 기간 물자라 수컷은 날개를 사용할 수 없어 천적 회피 행동이 제한되는 위험에 노출된다. 고도화된 공동체 보육은 개미와 펭귄 습성을 통해 잘 알려져 있다. 특히 펭귄의 육아는 눈물겨운 경이로움 그 자체다. 혹독한 남극의 겨울을 이겨내고 부화된 어린 펭귄들을 위해 어른들이 일터인 바다로 향하면 일부 어른 펭귄이 남아 이들을 돌본다. ‘펭귄 유아원’으로 비유되는 이 집단에서 어린 개체들은 체온을 나누고 생존 방식을 익힌다.

예외 없는 법칙이 없듯 이러한 육아 본능이 상실된 경우가 자연계에 있는데, 생태학적으로 몸의 구조가 단순화되거나 본능적 행동이 퇴화한 결과를 퇴행진화라 한다. 두견이과에 속하는 새가 둥지 만들기와 육아 본능을 잃어 다른 새의 둥지에 탁란하는 것이 대표적인 퇴행진화적 행동이다.

땅과 풍요의 상징인 그리스 여신 데메테르는 저승의 신(하데스)에게 납치된 딸을 구한 모성애로 유명하다. 제우스의 중재로 그녀의 딸이 연중 8개월은 이승에서 자신과 지내고 4개월은 하데스와 지내게 되자, 8개월은 만물이 잘 자라고 수확할 수 있게 하였지만 딸이 떠난 4개월은 슬픔으로 식물 성장이 멈추고 흰 눈물이 대지를 덮는 시간이 되었다는 내용이다. 이런 모성애로 기원한 겨울철에 보육대란으로 사회가 퇴행한다면 안타깝지 않은가.

노태호(KEI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