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발생한 연쇄 테러는 민간인 등 ‘소프트 타깃’을 겨냥해 시내 중심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 테러와 유사했다. 테러는 유엔 사무실과 각국 대사관 등 외교공관 및 유명 쇼핑몰과 영화관 등 인파가 몰리는 곳에서 시작돼 시내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
10시40분쯤 사리나 쇼핑몰 건너편의 스타벅스 매장에서 벌어진 자살폭탄 테러가 시작이었다. 인근 은행 보안요원인 트리 세란토는 AP통신에 “테러범 3명이 스타벅스에 들어가 차례차례 자살 폭탄을 터뜨리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타스 통신은 이날 폭발이 수류탄에 의한 것이었다는 경찰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폭발로 일대가 어수선한 틈을 타 가방과 모자를 착용한 테러범 2명이 카페 인근 도로로 나와 무차별적으로 총격을 가했다. 세란토는 “총을 든 2명이 인근 경찰 초소로 들어갔고 경찰관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고 증언했다. BBC방송은 이들이 총격에 앞서 초소에 폭탄을 던졌다는 목격자 증언을 전했다.
최초 폭발 발생 후 15분 후 사리나 쇼핑몰에서 4㎞ 이상 떨어진 터키 대사관과 파키스탄 대사관 근처에서도 세 차례의 추가 폭발이 있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폭발 발생 30분 만에 경찰특공대가 인근에 집결해 테러범들이 은신한 건물을 에워싸고 테러범들과 대치했다. 현장에 있는 로이터 통신 기자는 “길에 시신 3구가 있고, 지붕에 있는 누군가를 향해 경찰이 총을 쏘고 있었다”고 전했다.
현지에서 맥도날드와 스타벅스 등 미국 프랜차이즈와 프랑스 대사관 등이 테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첩보가 돌자 인도네시아 주재 한국대사관은 교민들에게 외출을 삼갈 것을 공지했다.
테러 발생 4시간여 만에 인도네시아 경찰은 테러범 5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경찰 고위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자바섬 중부 수라카르타 지역에 근거를 둔 이슬람국가(IS) 연계 단체 소행으로 보고 있다”고 BBC에 말했다.
IS 입장을 대변하는 통신사 알아마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날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고 dpa통신이 전했다.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번 테러가 파리 테러처럼 여러 장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진 데다 쇼핑몰이나 카페 등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 민간인을 겨냥한 점 등으로 볼 때 IS 소행설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IS의 테러 경고 및 시도 등이 있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인구 2억5000만명 가운데 약 87%(2억1750만명)가 무슬림인 인도네시아에서는 2014년 이후 IS를 추종하는 세력이 급증해 이달 초에도 테러 가담 용의자 7명이 체포됐다.
한편 이날 호주 시드니에서도 오페라하우스 인근에서 폭탄 테러 위협 첩보가 입수돼 일대가 긴급 폐쇄되고 관광객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고 호주 언론들이 전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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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1-14 21:52 수정 2016-01-15 0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