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두 살배기가 어린이 환자 2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하늘나라로 떠나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한국장기기증원은 14일 인천의 한 병원에서 뇌사 상태에 있던 길재흥(22개월)군이 간과 신장을 다른 어린이 환자 2명에게 기증하고 생을 마감했다고 밝혔다.
길군은 지난 7일 오후 3시36분쯤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에서 할머니 등 가족과 함께 타고 있던 SUV차량이 차량 결함으로 갑자기 멈춰 섰고 뒤따라오던 광역버스가 그대로 들이받는 사고를 당했다. 길군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회복 불가능한 뇌사 상태”라는 의료진의 판단이 내려졌다. 가족들은 길군이 오래 생존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어렵게 장기 기증을 결정한 뒤 이날 길군을 떠나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길군은 이날 오전 2시20분쯤 장기 기증을 위한 수술을 마치고 짧은 생을 마감했다.
이 사고로 길군의 할머니는 숨졌고, 길군의 엄마와 11살 누나도 크게 다쳐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뒷좌석에 할머니와 함께 탄 길군도 머리 등을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길군의 부모는 사고 이후 매일 아들이 깨어나기를 기도했지만 의료진은 더 이상 회복 불가능한 뇌사 상태로 판단했다.
가족들은 애지중지한 막내아들이 곧 깨어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붙들고 간호에 전념했다.
특히 외국 주재원인 길군의 아버지가 잠시 한국에 돌아와 있던 중 일어난 사고여서 가족들의 상심이 더욱 컸다.
길군의 아버지는 “희망이 있다면 어떻게든 아들을 살리고 싶었지만 자꾸만 변해가는 재흥이의 상태를 보며 결국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다”며 “아들이 어딘가에서 또 다른 생명이 돼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에 장기 기증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새 생명 선물하고 떠난 ‘아기천사’
입력 2016-01-14 2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