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 다툼의 場 ‘정상외교’] 朴 대통령 취임 후 外治… 美에 4번·中에 3번 ‘전략적 발걸음’ 잦았다

입력 2016-01-16 04:03
정상외교는 모든 외교 형식의 최정점이다. 한 국가의 정상이 외국을 방문해 양자 또는 다자간 외교안보, 경제, 문화, 사회 이슈 등을 협력하는 자리다. 이러다 보니 정상회담은 따져야 할 의전과 공동문서 등 수반되는 형식과 성과 등이 그만큼 복잡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중동 4개국을 시작으로 12월 프랑스, 체코까지 56일간 해외에 머물렀다. 방문한 국가는 미국 중국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콜롬비아 페루 칠레 브라질 터키 필리핀 말레이시아 프랑스 체코 등 15개국이다. 2014년의 46일(14개국)보다 열흘, 취임 첫해인 2013년의 34일(9개국)에 비해선 22일 늘어났다.

3년간 가장 많이 방문한 국가는 미국으로 모두 네 차례다. 두 차례는 한·미 정상회담이었고, 나머지 두 차례는 유엔총회 참석을 위한 뉴욕 방문이었다. 최대 동맹국인 미국 방문이 가장 많은 셈이다. 중국 역시 마찬가지다. 한·중 정상회담과 전승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모두 세 차례 중국을 방문했다. 한반도 주변 주요국 가운데 한 나라인 러시아도 2013년 다자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적이 있다.

반면 박 대통령 재임기간 일본 방문은 한 차례도 없었다. 역대 정부에서 ‘셔틀외교’로 불리며 한·일 정상이 서로 상대국을 오가는 형식으로 자주 왕래하던 정상외교가 박근혜정부에선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첫 한·중·일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린데 이어 올해 3국 정상회의 의장국이 일본인 만큼 올해 박 대통령도 처음으로 일본 방문에 나설 예정이다.

대통령의 정상외교는 사실상 국제사회 가운데 강대국과 주변국 중심으로 이뤄지는 게 현실이다. 힘과 경제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정상외교가 치열한 국익 실현의 장(場)인 만큼 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가장 많이 가진 정상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으로 여섯 차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그 다음으로 다섯 차례(한·미·일 정상회의 포함)였다.

대통령의 외국 방문, 또는 순방이 해마다 늘어나는 것은 기본적으로 국가 정상이 필수적으로 참석해야 할 다자회의가 많기 때문이다. APEC 외에도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아세안+3 정상회의,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유엔총회 등이 매년 열리는 주요 국제 행사다. 핵안보정상회의,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등도 격년으로 열린다. 정부 관계자는 15일 “우리나라 국력이 커지고 경제 규모도 갈수록 커지는 만큼 기본적으로 참석해야 할 다자회의가 많아지고, 단독 방문을 해야 할 나라도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순방(巡訪)의 사전적 의미는 ‘나라 또는 도시 등을 차례로 돌아가면서 방문하는 것’이다. 우리 역대 대통령들은 시간·물리적 효율성 등을 고려해 중앙아시아, 유럽, 동남아시아, 중남미, 중동 국가 등을 방문할 때는 한 나라만 방문하는 ‘단독 방문’이 아닌 순방을 해왔다. 박 대통령이 아직까지 방문하지 않은 대륙은 아프리카다. 다만 역대 대통령들이 5년 임기 중 한 차례는 방문했던 전례로 볼 때 박 대통령도 남은 2년간 한 번은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정상외교의 초점은 외교·안보 이슈는 물론 경제협력에 맞춰져 있다. 글로벌 경제협력의 중요성이 그만큼 커지고 양자 또는 다자 간 자유무역협정 틀이 계속 생겨나는 상황에서 이런 경제협력은 정상외교의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안건이 된 것이다. 과거 우리 정부가 대통령과 외국 정상 간 경제협력을 강조할 때마다 ‘세일즈 외교’를 강조해 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한동안 많이 사용되던 ‘세일즈 외교’ 표현은 상대국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등의 지적이 제기되면서 요즘은 사실상 폐기됐다. 그 대신 요즘에는 ‘협력 외교’라는 용어로 대체 중이다.

이슈도 다양하다. 중남미 중동 중유럽 국가들과는 주로 경제 이슈가 최대 협력 사안이 된다. 이들 국가와 교역·투자 증진 등 경제협력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게 주 목적이다. 세계 주요 교역국 중에서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등 3대 거대 경제시장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나라는 드물다. 우리나라도 그중 하나다. 정상외교가 이를 주도했음은 물론이다. 우리나라의 이른바 ‘경제영토’ 확장에 정상외교가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셈이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동행하는 ‘경제사절단’ 규모가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지난해 10월 미국 방문에는 164개 기업·기관의 경제인 166명이 동행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바로 한 달 전 최대 규모였던 중국 방문 당시 사절단(156명)보다 10명 많은 수치였다. 사업 유망 정도와 관련성, 시장 규모 등이 감안된다.

박 대통령은 외국 방문에 나설 때마다 강행군을 한다. 특히 일정이 촘촘하게 짜인 다자 회의나 3∼4개국을 도는 순방일정은 그 강도가 특히 높다. 평균 하루 6∼7개 일정을 소화한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