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공격 경영’ 승부수… SK하이닉스 작년 이어 올해도 6조 이상 투자

입력 2016-01-14 22:00

SK하이닉스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6조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 어려워진 시장 상황에 오너 스캔들까지 겹친 가운데 ‘통 큰 투자’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16일 임원 워크숍을 열어 투자를 포함한 2016년 주요 전략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14일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창사 이래 가장 많은 투자를 집행했던 지난해 수준(6조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이전까지 SK하이닉스는 매년 평균 3조원의 투자를 해왔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수요 둔화로 공급 가격이 크게 떨어진 데다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이 반도체산업에 진입하기 시작하면서 시장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올해도 시장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SK하이닉스는 선제적 투자를 통해 기술 및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성장 기반을 확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결정에는 어려운 때일수록 투자를 계속해야 한다는 최태원(사진) SK그룹 회장의 뜻이 반영됐다. 2011년 영업 적자였던 하이닉스 인수를 결정한 최 회장은 그룹 편입 직후에도 조 단위 투자 계획을 밀어붙이며 시설 투자를 10% 확대해 성공시킨 경험이 있다. 2012년은 시장이 어려워 반도체 업체 대부분이 투자 축소에 나서던 상황이었다. 오히려 투자를 강행한 최 회장의 결단으로 SK하이닉스가 지난 3년간 사상 최대 실적 달성이라는 성과를 냈다는 설명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2016년에도 선제적 투자를 통해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글로벌 2강(强) 위상을 공고히 하고, 수출을 통한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 이천과 충북 청주에 위치한 신규 공장 건설을 위한 투자도 계획대로 진행한다. 지난해 SK하이닉스는 10년간 46조원을 투입해 M14(이천 신공장)를 포함한 3개 공장 구축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2021년까지 M14에서 국내 55조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21만명의 고용창출 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 회장은 최근 SK 계열사들의 지방 사업장을 다니며 직접 현장을 챙기고 있다. 개인사와 경영 문제는 별개임을 분명히 밝힌 대로 경영 정상화에 나선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지난 2일 SK하이닉스 이천공장을 방문하는 등 지난해 찾지 못했던 다른 지방 현장을 직접 돌며 현장 경영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