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에 대한 감사원의 징계요구 내용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사태의 총책임자였던 문형표(사진)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징계 대상에서 빠진 데다 복지부보다 질병관리본부에 주로 책임을 묻는 모양새여서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14일 ‘메르스 예방 및 대응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복지부에 16명을 징계하라고 했다.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에 대해서는 해임, 질병관리본부의 센터장 1명에 대해서는 강등을 요구했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이던 복지부 고위공무원과 질병관리본부의 다른 센터장, 과장급 직원 2명, 보건연구관 등 직원 3명에 대해서는 정직을 내리라고 했다. 해임 1명, 강등 1명, 정직 7명 등 중징계가 9명이다.
그러나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장을 맡았던 문 전 장관은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고 넘어가게 됐다. 메르스 사태 이후 장관직에서 물러나긴 했지만, 이번 감사결과로 절차적인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더욱이 그는 지난달 31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취임해 과거의 오점을 다 털어버린 것처럼 됐다.
일부에서는 이번 감사가 정권의 신임을 받는 문 전 장관에 대한 ‘면죄부 감사’라고 꼬집는다. 감사원은 보도자료에서 “전 장관이 지시하였으나…” “전 장관의 질책이 있고서야…” 등의 표현을 여러 차례 썼다. 감사원 관계자는 “실무자들이 문 전 장관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했고, 문 전 장관의 지시가 이행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정직 이상 중징계 대상이 대부분 의사 출신 전문직이라는 점도 논란거리다. 메르스 사태 당시 함께 일했던 복지부의 행정직 고위 공무원들은 징계 대상에서 쏙 빠졌다. 그 결과 징계 대상 16명 가운데 복지부 공무원은 2명(의사 출신 1명 포함)뿐이고 질병관리본부 직원 12명, 보건소 직원 2명이다. 산하기관만 책임을 지고 복지부 본부는 별다른 피해 없이 넘어가는 모습이다. 질본 직원들은 감사 결과에 상당히 허탈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공공의료를 하려는 의사가 부족한 상황인데 앞으로 누가 이쪽 분야에 지원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면죄부 감사’… 총책임자 문형표 쏙 빠져 형평성 논란
입력 2016-01-14 2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