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르포] 태권도·율동 달란트로 ‘하나님 스펙’ 쌓는다… 태국서 교육·문화공연 고신대 해외봉사단

입력 2016-01-15 20:01
부산 고신대 해외봉사단 태권도팀이 태국사랑의교회 꿈나무유치원 원생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쳐 주고 있다.

“하나 둘! 태권도!”

평일 오전 태국 방콕시 스쿰빗 지역에 위치한 꿈나무유치원에 때 아닌 기합소리가 울려 퍼졌다. 네 살부터 일곱 살까지 40여명의 어린이들은 고사리손에 힘을 줘가며 태권도복을 입은 언니 오빠의 동작을 열심히 따라했다. 태권도 선생님들은 부산 고신대(총장 전광식) 해외봉사단 단원들이다. 태국사랑의교회(김태완 목사)가 운영하는 선교유치원 교육 현장에 대학생들이 봉사자로 참여한 것이다.

기합소리가 떠난 자리엔 찬양 소리가 채워졌다. “나는야 주의 어린이. 주의 말씀대로 자라나요.” 허리 손을 하고 함께 어깨를 들썩거리자 노랫소리가 더 커졌다. 율동을 따라하는 아이들의 얼굴엔 함박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같은 시간 옆 교실에서는 바닥 장판 대공사가 펼쳐졌다. 구멍 나고 찢어진 장판을 걷어내고 폭신폭신한 새 장판이 다시 깔리는 순간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유치원 원감을 맡고 있는 박란희(43) 사모는 “습도가 높은 지역이라 곰팡이가 생기면 아이들 건강을 해칠까 걱정이 많았다”며 “매년 목사님이 하던 일인데 이렇게 봉사단이 해줘서 큰 힘이 된다”고 고마워했다.

11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되는 봉사에 참여한 대학생은 30명. 약 2주 동안 방콕 태국사랑의교회, 빡청 쁘라뚜쑤이싼교회, 칸차나부리 랏야교회을 비롯한 태국 곳곳에서 교육봉사(태권도, 음악, 미술, 한국어), 문화공연(부채춤, 사물놀이, 모던워십댄스, 무언극, 합창) 환경개선 등의 봉사활동을 진행한다. 봉사단은 지난해 11월 단원 선발을 마무리하고 워크숍과 조별 모임, 4박5일간의 합숙 훈련까지 해가며 이번 봉사를 준비해 왔다. 박영길 고신대 교원지원팀장은 “10여년간 하계 해외봉사단 활동을 진행해 왔는데 동계 해외봉사단은 처음”이라면서 “인류·사회를 위해 봉사할 기독인재를 양성한다는 교육 목표가 확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가자들의 전공, 학년, 재능은 제각각이지만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를 선교 현장을 위해 활용한다’는 목표는 동일하다. 봉사단 부팀장을 맡고 있는 유준형(24)씨는 다음 달 졸업을 앞두고 졸업여행까지 포기한 채 태국행을 결심했다. 유씨는 “준비 과정에서 ‘우리의 모습이 그저 유랑극단 같으면 어떡하나’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들이 많았지만 단원들과 함께하면서 기우에 불과했다는 걸 확인했다”고 전했다.

고신대와 태국사랑의교회는 지난 2013년 선교협약을 맺으며 남다른 인연을 지속해 왔다. 꿈나무유치원은 선교 현장 훈련과 글로벌화된 직업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고신대는 유치원 방과후 교실 운영, 선교 인적 자원 제공, 태권도 현장실무 전문가를 지원하고 있다. 해외봉사단장을 맡고 있는 신경규 국제문화선교학과 교수는 “국내외 대학이나 기관, 기업과의 업무협약은 일반적이지만 선교지 교회와 직접 협약을 맺은 것은 개교 이래 최초”라면서 “기독교 세계관에 입각한 인재들이 선교지에서 값진 경험을 쌓으면서 세상의 스펙 이상의 것을 얻게 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매년 단기선교 수업의 일환으로 태국사랑의교회에 파송되기도 한다. 학생들은 1년 동안 교회와 유치원 사역을 도우면서 학점과 선교지 경험을 쌓고 교회는 교사 인건비를 아껴 선교에 활용하는 것이다. 기독교가 들어온 지 180년이 넘었지만 태국의 복음화율은 0.5%에 불과하다. 김태완(44) 목사는 “앞으로 각 지방에 복음을 전할 제자교회를 12곳 개척하고 태국선교 센터를 건립해 태국 복음화를 위한 전초기지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지속적인 선교 봉사자 파송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방콕(태국)=글·사진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