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업무보고는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후 내놓은 첫 작품이다. 경제 대내외적인 여건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에 새 경제팀이 보여줄 청사진에 관심이 높았다. 기재부는 1분기에 조기 투입하는 재정 규모를 최대한 확보, 경기 보완 역할을 강화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내수 튼튼, 수출 쭉쭉’을 내세운 것에 비해 수출 부진을 타개하고 내수 소비를 높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나 새로운 아이디어는 보이지 않았다. ‘기존 정책을 유지하겠다’던 청문 후보자 답변 수준에서 나아진 것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일호 색’ 없었다=유 부총리는 이날 경제부처 업무보고에서 “3년차를 맞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성과 달성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국민 체감도를 높이겠다며 내놓은 전략은 수출·내수 균형 경제다. 내수 활력을 위해서는 조기 투입하는 재정 규모를 지난해 1분기보다 8조원 늘리고 공공기관 투자와 연기금 대체투자도 각각 6조원, 10조원씩 증액한다고 밝혔다.
규제 프리존을 예정대로 도입하고 에너지 등 신산업 분야에 5조원을 투자한다는 대책을 강조했다. 코리아 그랜드세일,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같은 행사를 정례화해 소비를 유도한다고 밝혔다. 대부분 지난 경제팀에서 추진해오던 정책들이다. 기재부가 각 부처의 정책을 한자리에 모아 발표하는 ‘호치키스 부처’ 역할밖에 못 했다는 자조적인 평가도 나왔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소비재와 서비스 부문에 대한 무역금융 지원 금액 규모를 4조8000억원까지 확대하고 중소·중견 수출 기업에 정부 지원을 집중시킨다고 밝힌 것이 그나마 새로운 접근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단기 대책이 주를 이루고 있고, 내수 활성화 여건 개선이나 수출구조 재편 전략 등은 미흡한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 보호 기구’ 된 공정위, 수출부처 된 농식품부=내수 활성화와 수출에 모든 것을 맞추다 보니 부처 본연의 역할을 놓쳤다는 평가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경우 소비자 보호가 가장 주된 정책이다. 공정위는 소비자들이 리콜, 판매중지, 유통이력 등 모든 상품 정보를 한번에 확인하고 피해구제 신청까지 할 수 있는 ‘범정부 소비자 종합지원 시스템 애플리케이션’을 만든다고 밝혔다. 모바일·온라인 거래에 따른 소비자 피해 제재 방안도 포함됐다.
경제민주화 관련 정책은 아예 보이지 않았다. 농식품부는 농업 6차산업화를 통한 수출 활성화 방안을 최대 과제로 내세웠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활용해 김치 등의 중국 수출을 대폭 증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새출발 ‘유일호 경제號’ 색깔이 없었다
입력 2016-01-14 2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