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시가 민감하지 않습니까.” 13일 오후 서울시 인재개발원장의 전화가 걸려 왔다. 인재개발원 교육을 받던 서울시 신입 공무원들의 성희롱 논란과 집단 사과(국민일보 1월 14일자 10면 참조)를 취재 중인 기자에게 그는 “이미 수습된 상황”이라며 “시에서 진위 파악에 나서면 번거롭게 된다”고 했다. 인재개발원 담당 팀장은 “그게 어떻게 기사가 되느냐”고 물어 왔고, 담당 과장도 “굳이 (기사로) 쓸 필요가 있나요”라고 했다.
취재 과정에서 겪은 인재개발원 측은 몹시 민감해했다. 서울시의 눈치가 보이는 듯 표현을 이리저리 바꿨다. 특히 ‘사과’라는 단어에서 그랬다. “(교육생들이) 다 가서 사과를 했다”던 말은 시간이 지나면서 “교육생들도 같이 갔지만 사과는 하지 않았다”로 바뀌더니, 다시 “유감 표명을 했을 뿐, 정식 사과는 아니었다”는 설명으로 변모했다.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교육생들이 단체로 이용하는 식당의 여종업원이 ‘성희롱 발언’을 들었다며 인재개발원 측에 항의했다. 인재개발원은 발언자 확인에 나섰다. 발언자를 찾지 못하자 남자 교육생들을 모두 식당으로 데려가서 여종업원에게 발언자를 찾게 했다. 이 종업원이 “이제 괜찮다”며 발언자 확인에 나서지 않아 논란은 일단락됐다.
문제는 인재개발원의 대처 방식에 있다. 서울시의 시정철학을 공유하고 공직자로서 기본가치관을 형성하는 교육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었는데, 이를 ‘수습’하는 데만 급급했다. 앞으로 이런 논란이 없게 하려면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정확히 파악했어야 한다. 담당자들은 상황을 다 다르게 설명했고, “마무리된 걸 어떻게 알았느냐”며 도리어 취재 경위를 묻기도 했다. 재발을 막는 것보다 알려지는 걸 막는 게 그들에겐 더 급해 보였다.
서울시는 14일 ‘설명자료’를 통해 “식당 측으로부터 성희롱 항의전화를 받고 교육생 중 가해자가 있는지 확인해 보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을 뿐 집단 사과를 한 바 없다”고 했다. 앞서 취재 과정에서 이미 17차례 ‘사과’라는 표현을 사용한 뒤였다.
김판 사회부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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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기자-김판] ‘성희롱 집단사과’ 수습에만 급급했던 서울시 인재개발원
입력 2016-01-14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