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14일 발표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예방 및 대응실태’ 감사 결과를 요약하면 결국 ‘인재(人災)’였다는 것이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는 보건 당국의 연속된 부실 대응이 낳았다고 판단했다. 당국은 허술한 초기 대처로 바이러스가 퍼지는 길을 열어줬다. 이후에도 정보 비공개 등 소극적 조치로 ‘38명 사망, 186명 감염’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불러왔다.
◇첫 환자, 삼성서울병원에서도 전파했다=지금까지는 국내 첫 메르스 환자 A씨가 주로 평택성모병원에서 바이러스를 확산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감사 결과를 보면 A씨는 지난해 5월 18∼20일 삼성서울병원에서도 메르스를 옮긴 것으로 보인다. 이때는 ‘슈퍼전파자’ 14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하기 전이다. 감사원은 삼성서울병원 간호사인 78번 환자가 A씨와 밀접 접촉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간호사는 격리되지 않은 채 6월 4일까지 진료에 계속 참여했다. 확진 판정을 받은 건 6월 7일이었다.
78번 환자가 격리 대상으로 분류되지 않은 데는 접촉자 관리를 병원에 맡긴 당국의 책임이 크다. 당국은 5월 20일 A씨의 메르스 확진을 확인한 뒤 삼성서울병원에서 접촉자 480명 명단을 받았다. 그런데 이 가운데 27명만 보건소에 통보하고, 나머지는 병원에서 직접 관리하도록 했다. 당국의 방역 조치에 처음부터 구멍이 뚫려 있었다는 얘기다.
질병관리본부가 A씨에 대한 의심신고를 받고도 34시간 동안 검사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A씨를 진료한 삼성서울병원은 그가 중동지역을 여행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5월 18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보건소에 신고했다. 보건소도 즉각 유선전화로 이를 질병관리본부에 보고하고 진단검사를 요청했다. 정작 질병관리본부는 A씨가 방문한 바레인이 ‘메르스 발생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검사를 거부했다. 최초 신고를 받고 34시간이 지난 5월 19일 오후 8시에야 검체가 접수됐고, 이튿날 오전 6시 확진 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명단 늑장 제출=슈퍼전파자 14번 환자의 접촉자 파악도 부실했다. 보건 당국은 5월 30일 삼성서울병원에서 14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자 이튿날 병원으로부터 노출 위험이 가장 큰 117명의 명단을 제출받았다. 그러나 당국 내부의 업무 혼선으로 명단이 자료 입력 담당부서에 전해지지 않았다. 결국 시·도에 명단이 통보되지 않아 격리 등 후속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더욱이 삼성서울병원은 5월 31일 117명 외 접촉자 561명의 명단을 작성해 놓고도 당국에는 “사람 수가 많고 전자의무기록을 하나씩 보고 작성하는 중이라 늦어지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삼성서울병원은 6월 2일 밤 9시32분에야 추가 명단을 제출했다. 당국은 전체 명단을 확보하고 5일이 흐른 6월 7일 각 시·도에 이를 전달했다.
감사원은 “노출환자에 대한 추적조사와 격리 등 후속조치가 7일간 지연돼 추가 확산 방지 기회를 잃었다”면서 “그 결과 14번 환자와 접촉한 76번 환자 등이 관리 대상에서 누락된 상태로 강동경희대병원을 방문해 12명의 4차 감염자가 발생하는 등 메르스가 대규모로 확산됐다”고 지적했다. 삼성서울병원 관련 확진자 90명 중 40명은 접촉자로 파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확진이 됐고, 이 가운데 6명이 사망했다.
◇당국, 첫 ‘3차 감염자’ 발생도 숨겨=42번 환자가 A씨와의 역학적 관계가 없어 첫 ‘3차 감염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고도 보건 당국이 이를 숨겼던 것으로 드러났다(국민일보 2015년 9월 26일자 보도). 감사원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42번 환자의 확진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지금까지 발생한 환자는 모두 2차 감염자’라며 사실과 다른 발표를 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삼성서울병원 의사인 35번 환자에 대해서도 6월 1일 확진 사실을 알고도 6월 5일에 확진된 것처럼 거짓 발표를 했다.
이밖에 당국은 첫 환자 A씨가 평택성모병원 채혈실, 간호사 대기장소 등에서 많은 사람과 접촉한 사실을 CCTV로 확인하고도 더 이상 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초기 방역조치가 실패했음을 알고 난 뒤에도 병원 이름 공개, 의료기관 간 정보공유 방안을 검토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당국, 메르스 첫 3차감염 ‘쉬쉬’… 접촉자 5일 지나 市·道 통보
입력 2016-01-14 21:13 수정 2016-01-14 2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