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풍자로 논란을 유발해 온 프랑스 풍자주간지 ‘샤를리 에브도’가 이번에는 지중해에서 익사한 시리아 난민 꼬마 에일란 쿠르디를 ‘잠재적 성범죄자’로 묘사해 공분을 사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 주요 외신들은 샤를리 에브도 최신판에 지난해 9월 난민선 침몰로 희생된 쿠르디를 조롱하는 ‘이주민’이라는 만평(사진)을 게재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만평에는 당시 터키 해안으로 떠밀려와 엎드린 채 발견된 쿠르디의 시신이 그려져 있다. “꼬마 에일란이 자라면 무엇이 됐을까”라는 질문 아래 도망치는 독일 여성을 뒤쫓는 두 남성을 묘사하고 답변처럼 “독일에서 엉덩이를 더듬는 사람”이라는 글귀를 달았다. 이는 난민 위기의 비극적 실상을 상징하며 세계인의 가슴을 울렸던 안타까운 죽음을 희화화하면서 쿠르디가 유럽에 정착했더라도 성범죄자로 자라났을 거라는 논리적 비약을 펼쳐 조롱한 셈이다. 최근 독일 쾰른에서 발생한 ‘난민 성범죄’를 풍자하겠다는 의도지만 그간 이슬람에 대한 모욕적 풍자로 불필요한 논란을 증폭시켜 온 샤를리 에브도의 전력에 비춰 봐도 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온라인상에서는 샤를리 에브도의 자극적인 만평에 대해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역겹다” “분노가 치민다” “인종차별” 등 격한 반응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지난해 1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에 의한 샤를리 에브도 테러 이후 연대를 표명하는 문구였던 ‘나는 샤를리다’를 패러디해 ‘나는 샤를리가 아니다’라는 해시태그가 소셜미디어상에 등장했다. 샤를리 에브도의 도를 넘어선 인종차별적 모욕에 ‘표현의 자유는 테러로 막을 수 없다’던 지지 여론이 차갑게 등을 돌리고 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에일란 자라 성범죄자 된다?”… 도 넘은 ‘샤를리 에브도’
입력 2016-01-14 19: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