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이후 미국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논의가 공식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박 대통령 발언이 정부의 기존 입장에서 더 나아간 것은 아니지만 상황이 엄중해 사드 배치 논의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벤 로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13일(현지시간) 워싱턴 내셔널프레스빌딩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한반도 지역에 대한 안전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미사일 방어능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즈 부보좌관은 “미사일 방어능력은 북한 위협으로부터 우리 국민과 이 지역 동맹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사일 방어능력 강화 필요성을 강조한 셈이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미 국방부가 주한미군에 배치할지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이지만 협의를 요청하면 우리 안보와 국익을 감안해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공식적인 협의는 이제까지 없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실무선에선 다양한 의견이 교환된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군은 배치 후보지에 대한 조사도 실시했었다. 군 관계자는 “공식 현안으로 논의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북한 핵실험으로 (논의가 시작될) 여건은 조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 분위기도 논의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맨 손베리 하원 군사위원장과 마이크 로저스 하원 군사위원회 전략군소위원장은 북한 4차 핵실험 직후인 지난 7일 성명을 통해 “미국은 반드시 한국과 공조해 사드를 포함한 미사일방어체계(MD)를 한반도에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도 사드 배치 협의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북핵 위협이 높아지고 있어 군사 대안들이 마련돼야 한다”며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중요한 군사적 대안”이라고 제안했다.
그간 사드의 한반도 배치 논의에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은 중국의 반발이었다. 하지만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북핵 위협이 고조되고 있어 중국으로서도 불편한 심기만을 드러낼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한·중 국방 당국이 15일 정책실무회의를 가질 예정이어서 회의 결과도 주목된다. 국방 당국 실무회의는 1995년부터 양국이 정례적으로 가져왔지만 이번에는 북핵 실험 후 실시된다는 점에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북핵 문제를 놓고 한·중 외교장관 전화통화 이외에는 한·중 간 공식적인 의견 교환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 회의가 중국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알아볼 기회가 될 수 있다. 국방부는 중국의 보다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할 예정이다.
한편 북한은 전날에 이어 전단 살포를 지속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군이 어젯밤과 오늘 새벽 사이 또다시 대남전단을 살포한 것이 식별됐다”고 밝혔다. 대남전단 살포작전은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직접 결정했으며 서부전선을 담당하는 북한군 2군단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북한군은 동부전선 쪽에 포병전력을 증강시켰다.
국방부는 북한 전단의 영향은 미미하다고 보고 있지만 대북심리전 강화를 위해 대형전광판 설치를 고려하고 있다. 전광판은 2004년 남북 간 상호비방 중지 합의에 따라 해체됐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북핵 상황 엄중… 사드 한반도 배치 논의 급물살
입력 2016-01-14 2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