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수도 타이베이는 너무나 조용했다. 과연 이곳이 대선과 총선이 동시에 펼쳐지는 곳이 맞나 싶었다. 선거가 있는 곳이라면 쉽게 볼 수 있는 그 흔한 홍보 플래카드나 벽보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13∼14일 대만에서 만난 시민과 전문가들은 이미 대세가 기울어져 선거에 다들 관심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동 중에 만난 택시기사 쉬즈난(59)씨는 “국민당 주리룬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했지만 “총통은 이미 민진당 차이잉원 후보가 다 된 것 아니냐”고 했다. 차이 후보는 2012년 총통 선거에서 국민당 마잉주 총통에 득표율 6% 포인트 차이로 아쉽게 패했다. 지난 5일 마지막으로 공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 차이 후보의 지지율은 40∼51%로 국민당 주 후보를 20% 포인트 안팎의 격차로 크게 앞서고 있다.
거리는 차분하지만 타이베이 베이핑동루 민진당 경선본부의 분위기는 대만 최초의 첫 여성 총통에 대한 기대로 후끈 달아올라 있다. 선거를 이틀 앞둔 14일 오전 9시 경선본부 1층에는 태국과 호주,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전 세계에서 모여든 나라별 ‘차이잉원 후원회’ 회원 400여명이 모여 ‘당선 차이잉원’을 외쳤다. 본부 앞에는 16일 총통 선거 후 야외 개표 중계를 위해 무대 설치 작업이 한창이었다. 민진당 선거본부 관계자는 “대만에는 부재자 투표 제도가 없어 대만에 직접 와서 투표해야 한다”면서 “모두들 자비로 대만을 찾았다”고 말했다. 택시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바더루의 국민당 경선본부의 분위기는 대조적이었다. 정문 앞 경찰과 자원봉사자들 외에는 외부인을 찾아보기 힘들어 썰렁했다. 차이잉원 후보와 주리룬 후보는 계속된 지방 유세 일정을 마치고 15일 저녁 타이베이에서 각각 마지막 유세전을 펼칠 예정이다.
대만 선거의 판세가 기울어진 것은 친중국 정책을 펼친 마잉주 총통의 국민당 정권 8년에 대해 국민이 철저하게 실망했기 때문이다. 회사를 다니다 정년퇴직했다는 주정칭(65)씨는 “국민당 집권 후 중국 의존도만 강해졌지 국민의 삶은 오히려 피폐해졌다”고 말했다.
마잉주 총통 정부의 최근 4년간 경제성장률은 3% 안팎을 기록했지만 임금인상률은 1% 정도에 불과하다. 중국 자본 투자를 유치하고, 중국 관광객이 크게 늘었지만 그 과실은 중국과 중국에 관계된 소수 대기업에 돌아갔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대만정치대 석사과정에 있는 유학생 황인규(29)씨는 “대만 대졸자의 초임은 한국 돈으로 80만∼100만원에 불과해 절반을 원룸 월세 내고 나면 남는 돈이 없다”면서 “대만 친구들은 대만에서는 희망이 없다고들 한다”고 전했다.
대만 싱크탱크 ‘타이완즈쿠(智庫)’가 지난 13일 외신기자들을 위해 마련한 ‘대만 대선 사전브리핑’에서 라이이중 박사는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가까워진 양안 관계에 대해 대만 국민 39.9%는 스스로를 희생자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중국 이외의 나라와 경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국민이 63.2%에 이른다”고 소개했다.타이베이=맹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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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親중국’ 국민당 8년에 中 자본만 이득 ‘독립파’ 민진당 차이잉원에 표심 쏠려
입력 2016-01-15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