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한 요란한 구호와 연간 2조원 가까운 돈이 무색하게도 청년실업률이 결국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13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9.2%에 달했다. 전년보다 0.2% 포인트 올랐고, 1999년 통계 기준 변경 후 가장 높은 수치다. 박근혜정부 들어 여러 차례 청년고용 대책을 내놓았지만 백약이 무효였던 셈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중국경제의 경착륙 가능성과 초저유가, 국내 경기 부진과 기업 구조조정 가속화 등을 감안할 때 고용한파는 누그러질 기미가 안 보인다.
다른 고용 통계도 별로 나은 게 없다. 지난해 취업자 수 증가는 33만7000명으로 2010년 32만3000명 늘어난 이후 최저치다. 전체 실업률은 3.6%로 역시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5∼64세 고용률(OECD 비교 기준)은 65.7%로 전년보다 0.4% 포인트 증가했지만 정부 목표치 66.9%에는 미달했다.
더 큰 문제는 일자리의 질, 특히 청년 일자리의 질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청년 취업자 5명 중 1명꼴인 20.3%가 1년 이하의 계약직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한다. 지난해 취업에 성공한 청년 6만8000명 중 60%가 비정규직이다. 지난 10일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최근 비정규직 노동시장의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임금근로자로 신규 채용된 청년층(근속 3개월 미만)의 비정규직 비중은 64%였다. 2009년 54%에서 무려 10% 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정부의 고용정책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까닭은 고용률 70%라는 목표수치와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는 데 있다. 그러니 질 낮은 일자리가 늘고, 그것이 다시 높은 이직률과 구직 단념으로 이어져 일자리의 양적 확대도 가로막는 실정이다. 특히 2013년부터 정부가 추진한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대 정책이 주범으로 꼽힌다. 여러 부처가 백화점식으로, 중복적으로 펼치고 있는 일자리 정책들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낭비된다는 점도 빠트릴 수 없다.
지금의 고용정책이 실패했다면 새로운 접근과 더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 노동시간 단축 속도를 높여 일자리를 나누는 강제적 수단을 동원하고, 공공 부문에 적용 중인 청년고용 할당제를 민간 부문으로 확대하는 것도 이제는 고려해봐야 한다.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 일본처럼 대기업의 대졸 신입사원 임금을 일정 기간 동결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도 저도 안 될 때 정부는 최후의 고용주 역할을 하기도 한다. 낭비되는 일자리 예산을 한 군데로 모아서, 또는 예산을 조기 집행하거나 추가경정예산을 짤 때 최우선적으로 사회복지사 간병사 간호사 119대원 등 공공 부문에서 직접 일자리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기 바란다.
[사설] 급증하는 실업·비정규직 물꼬 바꿀 전략 절실하다
입력 2016-01-14 17:28